위기의 롯데

'형제의 난' 불붙을 조짐

신동주, 일본롯데 경영권 탈환 의도 드러내
최악 상황 땐 일본 주주가 롯데그룹 절반 지배
황각규 부회장 곧 일본행… 대응 방안 협의

< 총수 부재 ‘빨간불’ >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롯데그룹은 사상 처음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조짐이다. 롯데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이 지난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되자 일본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14일 입장문을 냈다. “신 회장의 즉시 사임·해임이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주장이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측의 즉각적인 입장문 발표에 당황한 모습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은 이날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신 회장을 면담하고, 일본 주주 설득 방안 등을 포함한 경영 현안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부회장은 설 연휴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 관계자들과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주주 흔들기 나선 신동주

신 전 부회장 측 입장문은 다분히 일본 주주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게 롯데 시각이다. 롯데그룹에 속한 90여 개 계열사 중 46곳은 이미 신 회장이 지배하는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를 자신의 편으로 돌려세워 일본롯데 경영권을 탈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다. 광윤사(28.1%)를 비롯해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다. 신 회장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낮은 지분율에도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받아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와 10여 개의 L투자회사들은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99% 보유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리면 호텔롯데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 롯데지주에 편입되지 않은 기업들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신 전 부회장 측의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인 신 전 부회장이 임시이사회와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총은 보통 5~6월께 열린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주주 향배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 절반에 해당하는 회사 경영권이 일본 주주 영향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통제 밖 변수 많아 고심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자 롯데그룹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신 회장 구속 직후 롯데는 쓰쿠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일본 측 핵심 인사들에게 재판 과정과 결과를 설명했다. 또 양국에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일본을 수시로 오가며 주주들을 직접 만나온 신 회장의 공백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경영능력과 성과, 광범위한 한국과 일본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꼼꼼하게 한·일 경영현안을 챙겨온 분이 영어의 몸이 된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롯데는 신 회장이 비록 수감됐지만 여전히 한·일 롯데그룹의 가치를 높여 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경영자라는 논리로 주주들을 계속 설득할 방침이다. 황 부회장과 롯데지주 임원들은 이를 위해 설 연휴가 끝나면 일본을 방문해 일본 주주를 만날 계획이다. 늦으면 8월 중순께 열릴 항소심까지는 롯데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지속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류시훈/안재광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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