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기자의 알고 마시는 위스키

위스키 애호가들이 많이 찾지만 쉽게 사지 못하는 위스키가 있다.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산도 아니고, 독창적인 재료와 숙성 방식을 갖고 있는 미국산 버번위스키도 아니다. 일본 위스키다.

위스키 종주국은 스코틀랜드다. 미국과 캐나다는 유럽인들이 이주해 증류소를 세우면서 특징 있는 위스키를 갖게 됐다. 일본인들은 스코틀랜드에 가서 기술을 배워온 뒤 자체적으로 위스키를 개발했다. 현재 일본은 세계 5위 위스키 제조국이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닛카 창업자인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산토리위스키를 창업한 도리이 신지로가 일본 위스키의 원조다. 스코틀랜드에서 양조법을 공부한 다케쓰루는 귀국 후 도리이와 손잡고 1923년 오사카 야마자키에 일본 최초의 증류소를 세웠다.

산토리와 닛카는 지금도 일본 위스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산토리의 야마자키와 히비키, 닛카의 다케쓰루 등이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위스키가 숯향기가 적고 섬세하며 순하다고 평가한다. 산토리는 동양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을 최대한 살리는 블렌딩을, 닛카는 스코틀랜드보다 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위스키를 구하기 힘든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침체됐던 일본 내수시장은 2008년 산토리의 ‘하이볼’ 프로모션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소다수 등을 탄 칵테일로 식사를 하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2014년 다케쓰루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TV드라마 ‘맛상’까지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 수요가 급증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산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영국 위스키 안내서 ‘위스키 바이블’에서 2014년 ‘야마자키 2013년산 셰리 캐스크’를 세계 최고 위스키로 선정했고, ‘다케쓰루 17년산 퓨어몰트’는 월드위스키어워드(WWA)에서 2014~2015년 연속으로 최고상을 받았다. 너도나도 일본 위스키를 찾았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 IWSR에 따르면 2016년 일본 위스키 판매량은 1595만5000상자(1상자=9L)로 2008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일본 위스키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유는 숙성 기간 때문이다. 12년산이라면 12년간 돈이 오크통에 잠겨 있는 셈이다. 일본 위스키업체들은 장기불황 때문에 급증하는 수요를 맞출 만큼 원액을 숙성시키지 못했다는 게 위스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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