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1터미널점.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공항 내 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차기 사업자로 '노른자위' 위치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최소보장액을 지불하는 현행 임대료를 그대로 지불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구역별, 품목별 영업요율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인천공항 T1 철수 결정으로 2·3위 업체인 호텔신라(82,6001,100 -1.31%)와 신세계(279,0001,500 -0.53%)면세점이 차기 사업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입점을 검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입찰 조건이 나와야 결정할 수 있다"며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다.

롯데가 철수하는 인천공항점 면적은 8849㎡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1209억원, 전체 매출 18.50%에 해당하는 주요 사업장이다. 인기 품목인 향수·화장품 구역(1324㎡)가 포함돼 있다. 철수에서 제외되는 주류·담배 구역(506㎡)을 감안하더라도 선점하는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행 최소보장액을 지불하는 임대료 조건으로 입점하겠다는 업체들은 거의 없다. 신규 시내면세점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관광객 감소 및 제2터미널(T2) 개장 등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 사업자는 "업계 1위인 롯데도 철수했는데 다른 사업자가 들어와도 버틸 수 있겠냐"며 "절대 금액을 지불하는 현행 임대료에서 구역별, 품목별 영업요율로 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업자도 "여러 곳에 사업장을 갖고 있지만 인천공항점의 임대료는 높은편"이라며 "고정적인 고객이 확보되는 측면도 있지만 임대료 부담에 대기업 브랜드 아닌 이상 입점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최소보장액과(계약금액)과 매출실적에 따른 영업요율 두 가지를 비교해 높은 금액을 임대료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면세점이 영업요율가 최소보장액보다 낮아 매출액의 약 40%를 최소보장액으로 납부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최소보장액 형태가 아닌 매출규모와 연동되는 영업요율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이 방안을 수락하면 다른 사업자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영업요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 수익이 급감하는 문제가 생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최종적으로 30%가량 임대료를 낮춰주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롯데는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불거지면서 면세 사업자와 인천공항공사는 꾸준히 임대료 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천공항은 롯데의 철수 결정 이후 T1 면세 사업자에게 지난해 전체 국제선 출발여객 감소 비율 27.9% 만큼 임대료를 인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기존 최소보장액 방식의 임대료를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면세점 업계의 시각이다. 한 사업자는 "품목별 영업요율 인하가 절실하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한 사업자들은 40% 인하 수준을 기대하고 협상에도 참여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업자는 "단순히 이용객 수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그동안 논의했던 다양한 방안들을 무시한 일방적 통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공항공사의 비항공수익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비항공수익은 전체 수익(2조1860억원)의 64.8%(1조4175억원)에 달했다. 2015년 전체수익(1조8785억원) 중 비항공수익이 63.5%(1조1931억원)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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