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법정구속

또 등장한 '묵시적 청탁'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관련
포괄적 제3자 뇌물에 해당
“면세점 이권과 호텔롯데의 성공적 상장 등 피고인은 지배권 강화를 위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70억원이라는 거액을 뇌물로 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롯데의 경영 비리 관련 사건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며 한숨을 돌렸던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원은 추징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낸 7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재단 출연을 강요했다”고 보면서 이 비용이 제3자 뇌물공여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기업 관계자들이 사업 타당성이나 출연 규모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각종 인허가권과 세무조사 권한 등을 가진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것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신 회장은 면세점 추가 승인은 독대하기 전부터 결정된 사안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명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특허 취득 문제가 신 회장의 핵심 현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재단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며 둘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 또한 대통령 단독 면담 시 현안인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 문제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며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고 지원금도 거액인 점 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신 회장은 직무상 대통령 영향력이 롯데에 긍정적으로 미칠 것을 기대하고 지원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이날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다른 기업은 물론, 면세점을 운영하며 정당한 경쟁을 하는 기업들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로 선처한다면 공정한 경쟁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상엽/신연수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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