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지분 38→40%로 늘 듯
QnC 대신 값싼 원익 지분 늘려
적은 비용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

QnC는 원익홀딩스 산하로 편입
마켓인사이트 2월7일 낮 12시57분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사진)의 경영권 강화 전략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해온 원익QnC 지분을 작년 말 대량 처분하고 지배구조 최상위 계열사인 원익 지분 확대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경영권 강화와 승계 발판으로 원익QnC를 활용하려던 것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익 신주 120% 청약”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원익이 오는 4월을 납입일로 추진 중인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주주로서 배정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120%)인 242만2620주를 청약하기로 했다.

무역업체인 원익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연간 수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룹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상위 계열사다. 보통주 530만 주를 주당 4350원(미확정)에 발행하는 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장이 계획한 물량을 모두 받아가면 원익 보유 지분은 기존 38.1%에서 40.3%로 올라가 경영권이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의 원익 지분 확대 추진은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반도체용 소모성 부품업체인 원익QnC 지분 매각에 이은 지분변동 거래로 관심을 받고 있다. 원익그룹은 2016년 주력 계열사인 옛 원익IPS를 존속 지주회사(현 원익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현 원익IPS)로 인적 분할했다.
이 회장 개인 회사에 가까웠던 원익QnC가 그동안 경영권 강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원익QnC 보유 지분 40.4% 중 21.0%를 지주회사 원익홀딩스에 넘겼다. 전방산업 호황으로 2017년 한 해에만 주가가 84.4% 급등한 상황에서 이뤄진 오너의 890억원어치 주식 현금화는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치를 더 끌어올려 계열사 간 합병 등에 활용할 것이란 예측을 벗어난 거래였다”며 “지배력 강화 또는 승계 전략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승계기반 강화 포석 가능성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원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경영권 승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1954년생인 이 회장의 자녀들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승계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익QnC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이 회장 관점에선 주가가 부진한 원익 지분 확대가 ‘적은 투자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원익의 최근 시가총액은 600억원 수준으로 보유 원익홀딩스 지분가치(시가총액 약 6000억원의 26.9%)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익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며 “지배구조나 승계 전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기업재무팀 이태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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