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만 앞세워 학력수준 저하
역사책 집필기준 '좌편향' 심각
철학을 바로 세워 교육개혁해야"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

교육부가 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6·25 전쟁이 남침이라는 상식마저 가리려고 한다. 북한의 세습이라는 표현과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도 빼고, 대한민국 번영의 원동력인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라는 단어도 삭제하겠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정하면서 벌이는 교육왜곡의 한 장면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발뺌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역사교과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있었지만 국가의 정체성까지 건드리는 개헌이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 결사반대했던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엉뚱한 데 정신이 팔린 사이 한국의 교육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세 학생 대상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한국은 학업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1위였는데 2015년에는 5위 아래로 밀렸다. 최상위권 비율이 감소한 반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최하위권 비율은 증가했고 학생의 학업흥미 역시 최하위권이다. 대학생들의 도전정신도 후퇴했다. 무역협회 조사(2017년)에 따르면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비율이 한국은 중국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인적자본지수(2015년)를 보면 한국은 124개 국가 중 30위이고, 대학진학률은 1위지만 숙련인력 확보의 용이성은 73위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학력의 총체적 저하를 막기보다 악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험 없고, 평가 없고, 감독 없는 ‘3무(無)학교’를 만든다. 서열화를 이유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시험을 폐지했고, 위화감을 이유로 학업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자녀가 어느 정도 공부하는지, 학업에 소질이 있는지, 학교가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3무 학교의 압권은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다며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다. 교사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눈감아야 하고, 사명감으로 학생을 지도 감독하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3무 학교에 더해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 대학의 학생선발권, 기업의 인재선발권을 허용하지 않는 ‘3불(不)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의 국가책임을 내세우며 교육평준화가 전면 확대되고 있다. 초등학교 조기 영어교육 금지,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능시험 절대평가가 그렇다.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은 교육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는 말에, 신뢰를 잃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선발한다는 데에 절망한다. 서울대 폐쇄가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나올 정도로 교육평준화는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학생 선발기준을 강요받는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전형방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학생은 내신-수능-면접의 입시 3중고에, 학부모들은 입시정보와 면접준비 비용에 시달리고 있다. 인재가 경쟁력인데 기업은 학력·학점을 보지 말고 ‘블라인드 채용’ 하라는 요구에 황당해할 뿐이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별도로 공부하고 학부모들은 대학에 보내놓고도 사교육비를 들이는 상황이다.

정부의 교육철학은 공산주의를 인민민주주의로 포장한 북한과 중국에 경도되고, 자유민주주의를 따르는 미국과 일본은 배척한다. 공산주의 교육철학이 국민을 억압과 빈곤에 허덕이게 한다는 것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국가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교육의 질이 낮아 자본주의로 전환한 직후에는 저생산성·저임금의 덫에 갇혔고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교육개혁에 성공한 국가는 저성장과 소득불평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 정부는 올바른 교육철학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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