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금리인상에 우리도 따라 올려야 할까



한국외국어대 이종윤 명예교수

미국이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중앙은행(FRB)이 머지않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금융정책 당국도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본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와 그나마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더욱 억제되고 거대 가계부채에도 부담을 주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논리 사이에서 금융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먼저 미국이 금리를 왜 올리려는 지를 살펴보자.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의 통화량을 살포했고 여기에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자국경제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게 미국투자를 늘리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법인세를 종래의 35% 수준에서 21%까지 인하시켜 미국 내 기업들이 자국 투자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고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으로 미국경제가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기업들의 노동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임금 인상 흐름으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임에 따라 FRB가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간 일본의 큰 폭의 화폐가치 절하 (엔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조선, 해운, 석유화학 등 적지 않은 산업이 부실화됨에 따라 경기가 침체일로를 걸어 왔다. 신정부 들어서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부담의 증가로 인해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순리라고 생각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경기침체 상태에서 금리마저 인상해 버리면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줄어들고 한계가계들의 부담증가로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경기가 침체되면 당연히 주가도 하락하고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도 안 팔릴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와 인상하지 않는 경우, 어느 쪽이 해외자본의 유출이 클 것으로 보이는가?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 목적은 한국의 높은 예금이자를 얻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주가 상승을 기대하거나 채권수익을 기대해서일까?
해외자본이 한국에 투자한 곳을 확인해 보면 예금이자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국경제의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과 채권수익을 기대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지금 한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주가도 채권수익도 하락할 것이다. 해외자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정책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한국에 잔류해야 할 이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반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일부 자본이 유출될 수는 있겠지만 한국경제는 원화의 평가 절하 효과로 인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기업수익 증가 및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외국 자본으로서는 보다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어진다.

너무 단기적인 시각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는 것 보다는 올리지 않는 편이 해외자본의 유출을 막는 길이다고 할 수 있다.

이종윤 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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