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초강력 규제 움직임
"가짜뉴스 범람·사회적 환경 착취"
구글·트위터 등 'SNS 공룡'에 IT업계 인사들, 독설 쏟아내

독일, 작년 페북 반독점 조사 압박
미국도 대선 여론 선동 의혹 제기
불법 콘텐츠 등 단속 강화 나서

SNS 기업들, 바짝 긴장
여론 나빠지자 잇따라 '반성문'
팩트체크 도입 등 개편 안간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업체마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가짜 뉴스와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겠다고 약속했다. 한경DB

“광산과 석유 기업은 물리적 환경을 착취했지만 소셜미디어는 사회적 환경을 착취하고 있다.”(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페이스북과 구글은 믿을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악의적인 뉴스 소스를 퍼뜨리고 있다.”(루퍼트 머독 미국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세계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들을 중독시켜 행동과 사고를 지배하고,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해 민주주의를 왜곡한다는 이유에서다. 수십억 명이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초강력 규제를 도입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SNS 공룡’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SNS는 가짜 뉴스·혐오 표현 소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초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 불법 콘텐츠 단속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SNS에 난무하는 가짜 뉴스와 차별·혐오적 표현들이 지난 몇 년 새 급증한 테러 공격에 많은 영향을 줬다는 판단에서다.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지난해 유럽 국가 최초로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말에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정보를 충분한 동의 없이 사용했다며 실태 조사를 벌였다. SNS업계 전반을 압박하기 앞서 ‘1차 타깃’으로 페이스북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SNS 기업이 24시간 내에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도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작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러시아 측의 여론 선동 도구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 상원은 지난해 10월 이들 기업을 청문회에 불러 “언론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영국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뉴스 생산자’의 지위를 부여해 가짜 뉴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국에선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한다는 이용자가 650만 명에 이른다. 패트리샤 호지슨 영국 오프콤 위원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스캔들은 유럽과 영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담배처럼 유해” 십자포화 맞는 페북
소로스와 머독 외에 정보기술(IT)업계의 많은 유명인사가 SNS 기업에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페이스북은 담배산업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중독되도록 고안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호품, 금융, 식품 등과 마찬가지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초대 사장을 지낸 숀 파커 냅스터 창업자도 “페이스북은 인간의 취약성을 악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페이스북은 이런 와중에 지난해 6~12세 어린이 전용 메신저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학부모와 교육전문가들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어린이 메신저는 가족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폐쇄를 요구했다.

IT 기업이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스페인계 투자은행 BBVA의 프란시스코 곤살레스 회장은 “은행 자본규제에 버금가는 금융규제를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성문’ 쓰고 몸 낮춘 SNS 공룡들

여론이 나빠지고 규제는 늘어나는 상황에 직면한 SNS 기업들은 몸을 바짝 낮췄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를 ‘회사를 고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신뢰도 높은 매체가 뉴스피드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등의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시민참여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인 사미드 차크라바티는 회사 블로그에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올렸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최상의 경우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어주지만, 최악에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업계 안팎의 비판을 인정했다.

구글은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검색결과에 팩트 체크(사실 확인) 태그를 추가했다. 페이스북은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 팩트 체크 팀을 가동했으며, 지난달부터 가상화폐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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