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의 뉴스 view - 공무원시험 비정규직 특혜 논란

비정규직은 정규직 진입 수월
취준생은 채용 관문 더 좁아져

미취업자 70%가 공시생인데
조직력 약하다고 역차별하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
합리적 기준·투명한 절차 필요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가 ‘갑(甲)’이라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을(乙)’에 비유된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 열악한 대우를 받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을 받을 만하다. 공정의 잣대로 보더라도 맞다. 하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예기치 못한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으로 일컬어지는 또 다른 약자들의 소외가 그것이다. 취준생은 ‘을’에 비하면 가진 게 전혀 없는 ‘병(丙)’의 처지나 다름없다. ‘을’은 그나마 정부의 차별보호 대상에 속해 정규직 울타리 안으로 편입되는 혜택이라도 누릴 수 있지만 취준생은 울타리 진입 자체가 영원히 박탈된다.

◆비정규직 보호에 소외되는 취준생

고용노동부의 노동직렬과 직업상담직렬 9급 공채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5%의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산점 특혜 논란은 여수시와 부산교통공사에서도 나온다.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가산점 등의 혜택을 주면 이곳에 취업하기 위해 수년 동안 애써온 수많은 ‘공시생’에게는 차별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 같은 특혜의 부작용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정규직 전환 등으로 대규모 인력을 뽑은 공공기관으로서는 내년 이후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다. 입사 관문은 더욱 좁아지는 셈이다. 좁은 문을 통과하더라도 회사 내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한 해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 이후 입사자들은 이전 입사자에 비해 승진은 물론 교육·훈련 기회 등에서 계속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중·삼중의 차별을 겪을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고 병의 고통을 키우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혜 논란을 자초한 정부

비정규직 특혜 논란은 노동계의 조직화된 목소리에 끌려다니는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부의 직업상담원 특혜 논란 역시 김영주 장관이 키운 측면이 크다.
지방노동청과 지청에서 실업인정, 취업성공패키지 등 고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업상담원들은 공공연대노조 소속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부터 40여 일간 파업을 벌였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보다 낮은 처우 개선, 일반-전임-책임-선임-수석의 다섯 단계인 과도한 직급 차별 해소가 이들의 요구 조건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에서 일반상담원과 전임상담원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들의 요구 수용을 약속했다.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문제인데 역시 노동계 출신 장관의 힘”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비정규직 특혜 논란은 노노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정규직 현장방문 1호 사업장이 된 인천공항공사를 보자. 정규직 전환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일괄 직접고용 반대와 시험 등을 통한 공개경쟁 채용’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을 보였다.

◆“무엇이 공정이냐” 논란 확산

“비정규직도 시험 보고 들어오라”는 정규직 노조원의 주장은 공시생이나 취준생에겐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비정규직도 정부 보호 아래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호소할 창구조차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졸업자나 휴학 중인 미취업자의 68.7%가 공시생이다. 이들은 특혜 채용에 대응할 만한 조직력이 없다 보니 자신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는 일은 비슷한데도 어떤 경로, 어떤 형태로 취직했느냐에 따라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갈리고 처우가 달라지는 차별은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과정에서 합리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로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공정 시정 조치가 또 다른 불공정을 낳았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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