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격폭락에 신용대출 부실 우려 커져"
금융당국이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 배경으로 가상화폐 투자 영향이 상당 부분 있다고 판단, 각 은행을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11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층이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주요 은행에 신용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권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신용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借主)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 신용대출 연체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카오뱅크, 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여신담당 실무진과 면담을 하고 신용대출이 가상화폐 자금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한 상황 파악 및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 요인으로 ‘가상화폐’를 지목한 이유는 신용대출 잔액의 증가 폭과 증가 시기가 이례적이어서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은 전월보다 1조4000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1월 기준 최대 증가 규모다. 이 중 78.6%에 달하는 1조1000억원이 신용대출 증가분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경제·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신용대출로 나간 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상당수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대출해서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들면 돈 번다’ ‘신용대출 200만원 받아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는데 2000만원이 됐다’는 식의 글이 나돌았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가격 폭락이 신용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금액은 공중에 분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신용대출 원리금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신용대출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카카오뱅크는 연체가 많아지면 건전성 측면에서도 출혈이 크니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는 4조7000억원가량 되는 대출잔액 대부분이 신용대출에 해당된다. 가입자 중 20~30대가 63.8%를 차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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