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 가보니

한국형발사체 핵심 75t 엔진
항우연, 2016년 5월 연소시험
9개 엔진 만들며 성능 개선
시험발사체는 7번째 엔진 사용

고정식 발사타워 공사 한창
지난 2013년 나로호 쐈던 곳
발사체 높이 47m에 맞춰 건설

"엔진 개발은 가본적 없는 길
독자 로켓 기술 확보 총력"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전남 고흥 최남단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한국형 시험발사체 인증모델(QM) 시험을 앞두고 발사체를 점검하고 있다. 75t 액체엔진과 8t가량의 무게가 나가는 페이로드 부분이 완전히 결합된 모습(작은 사진). /박근태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 건물 입구의 에어부스에서 먼지를 털고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 가운과 작업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여기저기 모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축구장 넓이만 한 거대한 작업장 한편에 육중한 흰색 로켓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형 발사체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이 노란색 사다리에 올라 로켓 동체 구멍을 통해 내부를 살폈다. 이 로켓은 한국형 시험발사체의 인증용(QM) 모델이다. 이창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은 “말이 인증용이지 발사에 사용되는 비행모델(FM)과 똑같다”며 “QM을 통해 수집한 정보로 시험발사체의 성능을 최종 검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하늘로 향할 비행모델도 작업장 한쪽에서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형 시험발사체 모습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곱 번째 엔진 싣고 하늘로

시험발사체는 2021년 두 차례 발사할 한국형 발사체(KSLV-2)에 들어갈 75t 액체엔진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개발됐다. 75t 액체엔진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용 로켓 엔진이다.

한국은 세 차례 도전 끝에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로켓 엔진은 러시아의 엔진을 가져다 썼다. 한국이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려면 독자적인 엔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국산 액체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올해 시험발사체 발사가 한국의 로켓 기술 기초역량을 가늠할 첫 무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험발사체는 엔진 성능 검증에만 집중할 뿐 우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우주궤도보다 낮은 177㎞ 고도로 발사돼 400㎞를 날아갈 예정이다. 75t 액체엔진이 우주용 로켓엔진으로 인정받으려면 134~145초간 목표한 추력(밀어내는 힘)을 안정적으로 내야 한다. 항우연은 2016년 5월 첫 75t 엔진 연소 시험에 착수한 이후 9개의 액체엔진을 개발해 62차례(4342초) 연소시험을 했다. 폭발 직전까지 간 엔진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이들 엔진에는 1G, 2G 같은 이름이 붙는데 1은 첫 번째, G는 지상용 모델이라는 뜻이다. 10월 발사될 시험발사체에는 10차례 이상 연소시험에서 안정적인 성능이 검증된 7G 엔진이 들어간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여러 차례 시험을 통해 불완전 연소 문제를 해결한 결과 7G~9G 엔진부터는 구조를 더는 개선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독자 우주발사 능력 검증
나로우주센터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3년 나로호를 쏘아 올린 발사대는 시험발사체를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 강선일 항우연 발사대팀장은 “2016년 11월부터 대대적인 개조에 들어가 이달 말이면 준비가 끝난다”며 “10월 발사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시험발사체 발사대 옆에서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년 뒤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 올릴 새로운 발사대를 짓는 공사다. 발사대 지하에는 로켓 연료로 사용되는 추진제를 로켓에 주입하고 발사체와 각종 신호를 주고받는 장비가 설치된 크고 작은 60개의 방이 있다. 이들 방에는 초저온과 초고기압에 견디는 기술이 적용됐다. 발사장에는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처럼 45m 높이의 거대한 발사 타워도 설치된다. 나로호와 시험발사체는 ‘이렉터(erector)’라는 장비로 수직으로 세운 뒤 쏘는 방식이었지만 한국형 발사체는 고정형 발사 타워에서 발사한다.

발사장 바로 아래쪽에 들어선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도 한층 분주해졌다. 이 설비에선 3월 중순 시험발사체 인증모델의 첫 연소시험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만드는 300t급 한국형 발사체 1단 로켓의 테스트도 가능하다. 조기주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엔진 기술이 발전하면 훨씬 더 강력한 1000t급 우주발사체도 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75t급 엔진 기술을 확보하면 이보다 추력이 좋은 90t급 엔진이나 미국과 러시아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다단연소엔진 개발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진 개발은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내놓으며 한국형 발사체를 2019년과 2020년 각각 한 차례에서 2021년 두 차례 쏘겠다며 계획을 변경했다. 한국형 발사체 추진제 탱크에서 불량품이 발생하는 등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발사 일정을 늦춘 것이다. 엔진 신뢰성을 더 확보해야 하고 75t 엔진 4개를 묶는 클러스터링을 비롯해 숱한 도전 과제도 남아있다.

이를 두고 한국의 우주 개발이 해외 민간 우주 개발보다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조 전 원장은 “스페이스X도 미국항공우주국이 추진한 상업궤도운송서비스(COTS) 지원사업을 통해 팰컨9을 개발했다”며 “액체엔진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기술이며 그만큼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을 걷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독자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흥=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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