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낙관·비관론 엇갈리는 증권시장
트럼프정부 들어 예측 더 힘들어
빅체인지시대, 리스크 관리 우선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 새로 탄생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의 경고(Mitchell’s warning)다. 요즘 증시가 어수선해서 그런지 증권가에서는 ‘주가 폭락 10년 주기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주가 폭락 10년 주기설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0년마다 ‘OOO7년’을 전후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설이다. 1977년 한국의 건설주 파동, 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사태 때 주가가 떨어졌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10% 정도 하락하고 한 달 안에 조정이 마무리됐다.

다른 하나는 10년마다 ‘OOOO년’을 전후로 주가가 폭락한다는 설이다. 1980년대 진입을 앞두고 발생한 제2차 오일쇼크,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각각 일본 자산시장과 정보기술(IT)에 낀 거품 붕괴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30% 정도 폭락했고 조정 기간도 1년 이상 지속됐다.

이달 들어 갑자기 주가가 떨어진 상황을 놓고 말이 많다. 낙관적인 시각은 조만간 주가가 회복할 것에 대비해 저가로 주식을 매입할 것을 권한다. 반면 올해는 두 가지 ‘주가 폭락 10년 주기설’의 중간에 놓인 시기인 만큼 더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흔히 요즘을 예측뿐만 아니라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라 부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그렇다. 각국의 이기주의와 보호주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지향하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GATT·WTO 체제를 주도하던 미국이 이탈한다면 다른 국가가 지키기는 더 어렵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협약 등이 미국을 배제한 차선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그레셤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일본에 이어 ‘트리핀 딜레마’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국제 유동성과 달러 신뢰성 간 상충관계를 말한다.

규범과 체제가 흔들리면 관행과 경륜에 의존해야 혼돈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아웃사이더 전성시대(outsiders’ time)’다. 유토피아 시대라 부르는 최근에 상황이 바뀌면 더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가본 길인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와 달리 유토피아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케네스 갤브레이스)’이란 용어가 나온 지 40년이 지났다. 모든 경제주체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오히려 ‘초불확실성 시대(배리 아이컨그린)’에 접어들었다. 한마디로 이전보다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big change)’가 온다는 점이다. 규범과 관행에 의존하다 보면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줄 수 없어 ‘작은 변화(small change)’만 생긴다. 하지만 의존하고 참고할 만한 규범과 관행이 없으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개혁과 혁신을 생존 차원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어 어느 순간에 큰 변화가 닥친다.

빅 체인지 시대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리스크 관리다. 개인 투자자에게 리스크 관리의 최선책은 ‘지속 가능한 흑자경영’을 하는 기업의 주식을 찾는 일이다. 모든 기업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고객가치 창출과 전략을 설계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빅 체인지 시대에 리스크 관리에 가장 실패하는 것은 제러미 시걸이 지적한 ‘성장의 함정’과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일이다. 그때그때 주도주와 인기주, 직전까지 대세 상승론이 일 정도로 좋았던 ‘유포리아’에 빠져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저가 주식을 갈아타다 보면 최종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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