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받은 돈 1천달러도 안 돼…북한에 속았다는 방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한국돈으로 약 18만원의 일당을 받으며 사전에 수차례 예행연습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9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은 그가 북한인들에게 속아 살해에 이용됐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티는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과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공항에서 범행을 지휘한 북한인 용의자들은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지만, 이들은 현지에 남아 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시티와 도안은 낯선 사람의 얼굴에 매운 소스 등을 바르는 몰래카메라를 찍는 줄 알았다며 사람을 죽일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시티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시티가 김정남이 암살되기 불과 한 달여 전인 작년 1월 초에야 북한 국적자 리지우(일명 제임스·31)를 만나 영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티는 같은달 6∼9일과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과 호텔 두 곳, 쇼핑몰 두 곳에서 예행연습을 했다"면서 "영입된 첫날은 400링깃(약 11만원)을 받았고, 이후에는 하루 650링깃(약 18만원)을 택시비를 포함한 일당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리지우는 작년 1월 16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야 한다면서 항공권 비용으로 1천500링깃(약 41만5천원)을 시티에게 주기도 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시티와 도안이 북한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캄보디아에서 김정남 암살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파악해 왔다.

하지만 북한인 용의자들이 시티에게 지급한 임금은 결과적으로 미화 1천달러(약 109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이 변호사는 시티가 리지우를 처음 만난 작년 1월 6일 페이스북에 예행연습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함께 "다음 달 일본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으며, 같은달 15일에는 리지우에게 "오늘 연기는 별로였죠. 그렇지 않나요"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리지우는 이에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답신 메시지를 보냈다.

구이 변호사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정황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오늘 우리가 법정에서 보인 증거는 이 여성이 어떻게 속아서 (범행일인) 작년 2월 13일 공항으로 향하게 됐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시티와 도안의 변호인들은 두 피고인이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에 도구로 이용된 뒤 버려졌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살해 이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기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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