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위안부 놓고 충돌

문 대통령 "피해자, 합의 수용 거부
주고받기식 협상으론 해결 못해"
아베 "국가대 국가간 약속 지켜야"

"북한 미소외교에 주의" 지적한 아베
문 대통령 "남북대화가 비핵화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강원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평창=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한 9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위안부 문제와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회담은 박근혜 정부 때 체결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인정할 수 없음’을 공식화한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

◆위안부 문제 두고 첨예한 대립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에서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 원칙”이라며 “일본은 그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은 외교상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는 결정은 지난 정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 정부 간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위안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계속해서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북의 미소외교에 주의해야”

문 대통령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맺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역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과거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선언했다. 오부치 총리는 공동선언에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고, 김 대통령은 일본이 전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나라 정상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비전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마련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외교가에서는 그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 방문을 위해 일본 하네다공항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소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북·미 간 대화까지 기대하는 문 대통령의 대화 구상에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공조를 흩뜨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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