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노동정책의 ‘속도조절론’을 언급해 주목된다. 이 총리는 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연찬회에서 기업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같은 노동혁신 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져 경영자들 근심이 크다는 점을 안다”며 이런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총리는 “모든 혁신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속도 조절 언급이 잇달아 나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신축적 대응 필요성을 밝혔다. 정책 효과가 어떨지 올해 상황을 한번 지켜보자는 취지였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비롯해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여권에서 다양한 경로로 ‘신축 조절’의 필요성을 내놓았지만, 총리의 공개 연설은 무게가 또 다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도 진지한 논의와 함께 궤도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는데도 아직 신청률은 한 자릿수다. 1월 급여일을 넘겼고 2월인데도 이 정도면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정책’에 개인사업자들과 중소기업계가 기존 인력 감축 및 채용 축소라는 ‘대책’으로 맞서는 현상은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축소 같은 친노동 정책이 겹치면서 충격은 배증되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 정책이 약자들의 일자리를 먼저 줄이는 역설적 부작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총리도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만큼 정부 경제팀장인 김 부총리가 앞장서 개선방안을 내놔야 한다. 빠를수록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일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정부라면 일자리 만들기에 도움 되는 쪽으로 바로잡는 것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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