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빨아들이는 '김여정 블랙홀' 우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전용기 타고 인천공항 도착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 후 KTX 타고 평창행
CNN "김여정, 문 대통령 방북 초청 가능성 크다"

< 김여정·김영남, 10일 청와대서 文대통령과 오찬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가운데)이 9일 인천국제공항 의전실에서 우리 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오찬 회동을 한다. 왼쪽은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오후 전용기를 타고 방남했다.

이번 대표단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남북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였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북한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는 평양에서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1시46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북한 대표단을 공항에서 맞이했다. 정부는 청와대 경호처, 경찰,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을 대거 투입해 정상급에 버금가는 경호를 제공했다. 통일부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이 동시에 공항 마중을 나간 것은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와 버금가는 의전으로 평가된다.

김여정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항 환담장에서 김영남이 김여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올해 90세이자 20년 동안 해외 무대에서 북한의 대외적 수반 역할을 해온 김영남은 환담장에서 31세(추정)인 김여정이 들어올 때까지 앉지 않았다. 또 김여정에게 조 장관 맞은편 자리인 상석을 양보했다. 김여정은 이를 사양했다. 북한 김일성 일가의 권력을 보여준 셈이다.

조 장관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영남 위원장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영남 뒤로 걸어나온 김여정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영남이 손으로 안쪽 좌석을 가리키며 “여기서 기다립니까”라고 묻자 조 장관은 “네, 한 5분 정도 계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영남은 이에 “담배 한 대 피울까”라며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가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먼”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조 장관은 “요 며칠 전까지는 좀 추웠습니다. 그런데 북측에서 이렇게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고 하니까 날씨도 거기 맞춰서 따뜻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영남은 “예전에도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있는 그런 나라임을,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라고 화답했다.

김영남은 오후 5시 개회식 전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열린 사전 리셉션에 참석했다. 김여정은 이 자리엔 대외적 의전급상 참석할 수 없었다. 김여정은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뒤편에 자리하고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북 대표단은 10일 오전 11시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하고 오찬을 함께한다. 10일 밤 9시10분께 치르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와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릴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도 관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CNN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여정이 10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날짜가 광복절인 8월15일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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