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대통령 등이 상임위원 지명
조직·인사·예산 홀로서기 힘들어

일부선 "외국처럼 헌법기관화" 주장

2001년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로 출범 17년째를 맞이했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인권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꾸준히 지목된 것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정권의 정치색에 따라 인권위가 좌지우지되는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업무상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 인사 예산 등에서 독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권위 상임위원을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지명하는 인사 방식이다. 인권위 개혁안을 만든 인권위 혁신위원회가 지난 1일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인권위법에 나와 있지만 구체적 방법은 빠져 있다”며 “인사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니 인권위 활동 역시 정부 입맛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현재 상임위원 중 한 명의 임기가 끝난 상태. 이 자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 임명하는 자리다. 이에 혁신위는 “이 자리에 자격 있는 인권위원을 임명하기 위해 투명한 추천과 검증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검증할 수 있는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직 관리에서도 인권위의 자율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실이나 국 단위 조직을 감사원 규칙으로 정할 수 있지만, 인권위원회법에 기반한 법률기관인 인권위는 모든 직제를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한다. 실제 2008년 당시 행정안전부는 인권위 정원 21.1%(44명)를 감축하고 직제를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인권위 위상과 기능이 대폭 줄어든 계기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인권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독립된 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정부 부처의 하나로 취급받은 것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인권위의 헌법기관화가 거론되기도 한다.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헌법기관이 되면 인사, 조직, 재정 확보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정치 상황의 변화와 상관없이 인권 보장 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근거를 헌법에 두고 있는 나라는 36개국으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국가(26개국)보다 많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