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갖춰야 사람들 매료시켜
개성 있는 한국인에 인기 많아
온라인 판매·스몰사이즈 제작 등
안주하지 말고 미래 준비해야

리치몬트그룹서 35년간 일하며
'파네라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66세에도 스포츠카 스피드 즐겨

안젤로 보나티 파네라이 회장이 지난달 14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전시장 인터뷰룸에서 “아시아는 독특한 명품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디퍼런스(difference).”

럭셔리 브랜드를 결정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안젤로 보나티 파네라이 회장(66)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뭔가 다른 차별성을 갖춰야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했다.

오는 3월 말 퇴임을 앞둔 보나티 회장은 2000년부터 18년째 파네라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에서만 35년을 일하며 파네라이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차세대 명품 브랜드’로 키운 주역이다. 파네라이는 1860년 설립된 이탈리아 브랜드로, 이탈리아 왕실 해군의 시계로 유명해졌다. 해군 잠수부들이 착용해야 했기 때문에 깊은 바닷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야광 숫자가 들어가 있다. 야광 다이얼은 파네라이의 특허다. 큼지막한 남성적 시계로 인기를 모은 파네라이는 최근엔 여성으로 소비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보나티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룸에 있는 탁자와 꽃병 등을 가리키며 “이렇게 대량으로 만든 탁자와 럭셔리 시계는 다르다”며 “소재와 예술성, 디자인, 희소성 등 모든 면에서 차별화돼야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고 럭셔리 브랜드라 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래 시장 미리 개척해야”
파네라이는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파네리스티’라는 모임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나티 회장은 “파네라이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창성을 갖췄다”고 했다. 파네라이 시계는 큼지막한 크기, 두 겹으로 숫자를 볼 수 있게 한 샌드위치 다이얼(문자판), 독특한 디자인의 브리지(다이얼과 시곗줄을 연결하는 부품)로 유명하다. 보나티 회장은 올해 주력 상품으로 공개한 ‘루미노르 두에’에 기대를 나타냈다. 주로 45㎜ 크기의 시계를 제작하던 파네라이는 올해 처음으로 38㎜ 루미노르 두에를 출시했다. 작은 시계를 선호하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보나티 회장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작은 사이즈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변화”라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큰 사이즈 시계가 잘 팔린다고 안주할 게 아니라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본 또 하나의 시장은 아시아다. 그는 “아시아는 가장 중요한 명품시계 시장”이라며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독특한 제품을 찾는 수요도 많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했다. 한국에서 특히 파네라이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름답고 개성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의 성향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미노르 마리나 첫 시계로 추천”

오랜시간 CEO로 일한 소회를 묻자 그는 “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좋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파네라이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며 “단 한순간도 나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에일린 보트를 2년 반 걸려 복원한 뒤 항구에서 뱃고동을 울렸을 때 감동받아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왕실 해군을 위한 시계로 출발한 파네라이는 요트 경주대회를 여는 등 꾸준히 선박과 관련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복원한 에일린 범선은 1936년 건조 당시 외관을 그대로 살려 큰 관심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럭셔리 브랜드로는 ‘포르쉐’를 꼽았다. “포르쉐 카이엔과 카레라 2대를 보유하고 있다”며 “시속 300㎞로 달리는 슈퍼카의 스피드와 감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제2의 직업은 카레이서가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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