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 떠받치던'전통3축'뒤집어

개혁 저항 왕족들 대거 체포
여성에 운전·공연 관람 허용
석유에 부가세 부과 등 파격
무기력·기득권 타파…변화 물결

신정국가로 회귀 땐 대재앙

서방, 왕세자의 성공 도와야
구글 모회사 알파벳서도 관심
사우디에 테크허브 건설 협상

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32)가 약 2년 전에 국가를 변화시킬 의사가 있다고 밝힌 뒤 사우디인들과 외국인 모두 그가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권력을 누리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의심의 시간은 끝났다. 지난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사우디에 ‘테크허브’를 건설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은 최근의 징후일 뿐이다. 빈살만 왕세자가 3월 초 미국을 방문할 때 그런 계획을 더 많이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젊은 실력자의 결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 빈살만 왕세자는 국가를 개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우디인들을 30년간 지속돼온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런 무기력이 사우디인들을 빈곤과 불안정으로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도입한 급진적 변화는 유일한 선택이다.

그는 2200만 명의 응석받이 어린이들이 있는 나라를 물려받았다. 그들은 석유로 부유한 사우디가 그랬던 것처럼 국립 유치원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기 원한다. 그러나 2016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6달러까지 떨어지면서(현재는 배럴당 70달러 육박) 사우디는 국민들을 진정시킬 수단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 사우디 시민들을 돌봐온 100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말할 필요도 없다.

빈살만 왕세자의 ‘사우디 비전 2030’은 정부에 대한 의존과 자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촉발하기 위해 그는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다. 사우디인들은 이제 콘서트와 극장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으며, 6월에는 여성들도 운전할 수 있다. 모두 기존 왕실의 후원을 받은 종교기관들이 금지했던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빈살만 왕세자가 사촌 왕자들과 내각 장관, 기업인 등 금융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저명인사들을 체포하고, 자유의 대가로 1060억달러를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원로 왕자들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왕정국가에선 충격적인 전술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원로 왕자의 대부분은 사망했다. 게다가 통제하기 힘든 통치 방식은 그 결과에 대한 계속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지난 30년간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실패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또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고 있다.

1932년 근대국가 설립 이후 사우디의 안정은 왕족 간 단합, 와하비즘 종교기관과의 공생 협력, 석유로 형성한 부(富) 등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했다. 새 왕세자는 이를 모두 뒤집었다. 왕족들을 체포해 굴욕감을 줬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와 개방된 사회를 주장했다. 그리고 사우디인들이 타고난 권리로 여기는 값싼 석유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지난 1월 방문 기간에 사우디인들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충격을 받은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달 단 한 주 만에 전기요금이 세 배로 뛰고, 휘발유 가격은 두 배(갤런당 약 2달러)가 됐으며, 최초로 5%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됐다. 만약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1980년 토론회 질문인 “당신은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라고 묻는다면, 30세 이상의 사우디인 대부분은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보수적인 종교 지도자뿐 아니라 엘리트 왕자들과 기업인들을 체포한 것은 나이 든 사우디인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지지층은 왕실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아니다. 사우디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젊은이들이다. 그는 수십년 동안 국가의 석유 수입을 향유했던 엘리트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한편 사우디인들의 일상생활을 제어함으로써 자주성을 약화시킨 와하비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왕세자는 만약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생계를 책임질 것이라고 분명히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용감한 도박이다. 하지만 큰 변화가 없다면 사우디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경제는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석유 소비는 연간 6% 가까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30년까지 사우디인들이 자국의 모든 석유 생산량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5%를 기록했고, 올해는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정부는 2.7%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공식적인 실업률 수치는 전국적으로 12.7%지만 20세에서 29세 사이의 남성 실업률은 거의 두 배이며, 그 연령대의 여성 실업률은 33%에 달한다.

빈살만 왕세자의 경제적 변화는 거대한 과제를 나타낸다. 만약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는 또한 패권주의적이고 간섭하는 이란 카타르와의 불화, 예멘에서의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우디가 수십년간 고통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왕세자는 신속한 하향식의 변화를 감히 내세울 수 있었다. 필연적으로 그는 몇몇 실수를 범할 것이다. 그리고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더 곤란한 것은 서구인들이 사우디가 과거의 와하비즘에 사로잡혀 개인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가 인권에 대해서는 완벽한 편은 아니지만, 서구 국가들은 최근의 진행 상황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은 경제다.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젊은이들의 억눌린 야망을 충족시킬 만큼 빠르게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서구는 그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이해관계가 있다. 사우디를 또 하나의 혼란스러운 이라크나 신정국가 이란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중동지역과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

현재 급진적 변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젊은 왕자는 온건하고 근대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사우디의 최고이자, 아마도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원제=Saudi Reforms Get a Boost From Google

정리=양준영 기자

캐런 엘리엇 하우스 <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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