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만에 극적 구조…"살아나온 뒤 삶의 목적 고민중"
"한인 여행객들, 안전 의심되는 너무 싼 숙소 피해달라"


"지진 당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집안의 모든 것들이 엎어지고 건물이 고꾸라지듯 확 기울어졌습니다."

대만 화롄(花蓮)에서 지난 6일 밤 일어난 규모 6.0의 지진으로 40도가량 기울어진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에 갇혀있다 10여 시간 만에 구조된 한국 여성 김 모(58)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고 당시를 이같이 떠올렸다.

화롄 현지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는 김 씨는 다행히도 계단을 내려갈 때 다리가 쑤시는 정도일 뿐 특별히 다친 곳은 없으며 거주지인 원먼추이디 빌딩을 떠나 타이베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 씨는 6일밤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날에도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해 흔들림이 컸다며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여권, 지갑 등을 넣은 가방 하나를 문 앞에 뒀다고 말했다.

당시 윈먼추이디 빌딩에 살던 일부 이웃들은 불안하다며 이불을 챙겨 차량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지진은 그가 이 빌딩 9층의 자신의 집에서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할 때 찾아왔다.

그는 "이번 지진은 여느 지진과는 달랐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두둑' 소리와 함께 집안의 모든 것들이 엎어졌다.

그리고는 베란다 방향으로 집 전체가 40도가량 휙 기울었다"고 말했다.

3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 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다행히 집안의 집기들이 넘어지면서 공간이 생겨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동이 잦아든 뒤 탈출을 위해 철문을 열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구조가 늦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최대한 버티기 위해 생존 물품들을 챙겼다.
다행히 미리 챙겨둔 가방 등 필요한 물건들이 주변에 있었다.

구조대가 일찍 도착했지만 밤새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튿날 아침 구조의 갈림길에 섰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휴대전화로 수차례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시도했지만 너무 많은 구조요청 탓인지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타이베이에 사는 한국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신고를 대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윽고 문밖에 구조대가 도착한 소리가 들려 문 쪽으로 기어가 구조요청을 했고, 구조대는 장비를 이용해 문을 부수고 구명줄을 동원해 김 씨를 구해냈다.

1986년부터 타이베이에서 살다 지난 2013년 화롄 대학의 강사로 이 지역과 인연을 맺어온 그는 "조용히 살고 싶다"며 더이상 구체적 신원이 밝혀지는 것은 꺼렸다.

김 씨는 "살아나올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나오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만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만약을 위해 비상준비물을 챙기고, 안전이 의심되는 너무 값싼 숙박업소만 고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신이 살던 윈먼추이디 빌딩은 당초 아파트용으로 지어졌고, 매우 튼튼하게 잘 지은 건물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근년에 1~2층이 호텔로 개조되면서 약해진 것이 붕괴의원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대만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불법개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싼 숙박업소들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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