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업 연구개발(R&D)에 5년간 5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서비스 R&D 추진전략’을 내놨다. 정부 R&D를 통해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자발적으로 R&D를 하고 생산성을 높여가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한국은 민간 R&D 투자 중 서비스업 비중이 8.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9.5%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간 R&D가 제조업에 치우쳤다는 뜻이지만, 여기엔 서비스 기업 스스로 R&D를 해야 할 유인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탓도 있다. 지금처럼 개방과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환경에서는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만 난무할 뿐, 위험을 무릅쓴 R&D에 승부를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보건의료 분야가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할 수 없는데 관련 R&D 투자가 늘어날 리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백지화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반대한다지만 개방을 거부하고, 투자를 활성화하지 않고 어떻게 의료선진화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하고 있는 ‘연구중심 병원’도 실상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창구에 불과하다. 진료중심 병원을 연구중심 병원으로 바꾸려면 투자를 개방하고, 사업화 및 기술이전 등을 위해 독립 조직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백배 나을 것이다. 연구중심 병원 사업이 출발할 때는 미국의 CTSA(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 Award) 프로그램을 모델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너무 다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원격의료는 물론 숙박·차량공유 등 기술기반 서비스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진입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경쟁이 민간 R&D를 촉발시키고, 이는 높은 부가가치로 이어진다. 선진국의 법률·교육·금융·컨설팅·물류·소프트웨어 등도 다 그런 경로로 발전하고 있다. 규제가 R&D 동기를 앗아가는 한국과는 다르다. 정부는 서비스 혁신의 번지수도 방법론도 잘못 짚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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