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최 ‘규제혁신과 국회의 역할’ 토론회에서 경제계가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들에게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입법 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이번 토론회에서 경제계는 규제혁신의 시급성, 신(新)산업에 편중된 논의,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괴리 등을 문제로 꼽았다.

무엇보다 규제혁신이 신산업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신산업 규제철폐도 좋지만 일자리 창출에 오래 걸리고 결과도 불확실하다”며 “고급 산업은 아니지만 빨리 일자리를 만드는 구(舊)산업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의료·관광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2600만 명이 해외로 나가 35조원을 썼는데, 왜 이들을 국내에 잡아두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케이블카=환경파괴’ 같은 도그마를 극복해야 일자리 보고(寶庫)가 열린다는 얘기다.
규제철폐가 절실한 것은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제활력은 신산업이 아니라 혁신으로 무장한 기존 산업이 이끌고 있다. 여건이 비슷한 한국도 제도·기술·관행의 격차가 큰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선전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은 필요조건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국제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청년 벤처들의 역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과 정부가 부족함을 메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신산업의 급속한 발전도 구글·아마존과 텐센트·알리바바가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M&A)을 여전히 ‘기술 탈취’ 관점에서 보는 게 현실이다.

신산업은 미래 먹거리지만, 구산업은 당장의 먹거리다. 구산업·구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는 정부의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접점이 될 수 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을 키우기보다 규제철폐로 구산업 혁신을 유도하면 일자리와 소득은 절로 따라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이 더딘 데 대해 자주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급히 철폐해야 할 규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답은 현장에 있다. 정부·정치권이 더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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