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수사외압 등 잇단 폭로…이슈의 중심에 선 여검사들

올 신임 검사 10명 중 6명이 여성
업무·부장검사 성격이 조직 좌우
전근대적 여성관이 문제 일으켜

여론 업고 검찰 매도 우려 시각도
10년차 이하 업무 큰 차이 없어
연차 쌓이면 男검사 업무 가중
인사철이면 누구나 예민해져
'서로가 불이익' 시각차 뚜렷

서지현 임은정 안미현 조희진 ….

성추행 수사 외압 등 연일 폭로전과 공방전을 펼치며 화제에 오른 검사들의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검사다. 이들의 공격은 지위고하도, 아군과 적군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되며 검찰개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의 한마디는 대통령과 총리를 움직이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 목소리는 파장 큰 메아리를 만들어내며 문단의 거두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여검사들은 왜 어떻게 화제의 중심이 됐을까.

◆검사 10명 중 3명이 女

“검사는 그냥 검사지 ‘여(女)’ 붙여서 ‘여검사’라고 하지도 마세요.” 여성 검사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한 현직 여검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처럼 특별한 접두사를 붙이는 것이 적절치 않을 만큼 여검사 비중은 높아졌다. 검사 2100명 중 627명으로 30%에 달한다. 2000년에는 29명(2.4%)에 불과했으니, 20년도 안 돼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여성 수사관도 1100명을 웃돌아 20% 수준이다.

증가속도는 훨씬 빠르다. 올 상반기 임용된 사법연수원 47기 신임검사 21명 중 14명(66.7%)이 여성이다. 여검사 비중이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변호사시험 합격비율인 40%에 수렴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검찰 조직은 이런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여성 부장검사는 “검찰은 같은 건물 안에서도 업무와 부장검사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며 “전근대적 여성관을 지닌 일부 검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어떤 조직이든 여성 비율이 30%에 달하면 조직 내 여러 갈등이 일어나는데, 검찰이 지금 그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중 늘면서 남녀검사 간 시각차 ‘뚜렷’

여검사들의 개혁 주장에는 모두 동조한다. 하지만 수사가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에 최고 수준의 관심이 쏠리는 지금의 상황이 결국 검찰과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런 탓에 여검사들의 맹활약을 지켜보는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통상 10년차 이하 여성 검사들은 남성 검사와 업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지방검찰청 형사부를 중심으로 업무를 하다 6~8년차에 서울로 올라올 기회를 얻는 식이다. 대부분은 자정이 되도록 쌓인 업무에 시달린다. 특히 연차가 쌓여가면서 남성 검사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업무 강도를 수행한다는 게 검찰 내 상당수 구성원의 인식이다. 한 현직 검사는 “일선 부장검사들조차 결혼한 남성 검사는 늦게까지 일을 시키더라도 여성 검사는 늦게까지 일 시키기를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주말·휴일, 심지어 명절까지 나와서 일해야 하는 특수부 등의 주요 인지부서에서는 남성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인사철만 되면 갈등이 불거진다. ‘할 일은 다 했는데 여성이라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여검사와 ‘내가 일은 더 했는데 인사는 동료 여검사가 승리자’라는 남검사의 시각차다. 한 여성 검사는 “인사에 대해 역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남검사들도 상당히 많다”며 “누구에게나 인사는 예민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 검사가 앞서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자 상당수 현직 검사 사이에서 ‘인사까지 말할 건 아니지 않냐’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여검사의 대표격으로 비쳐지는 임 검사가 추문 폭로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언급한 것도 논란이다. 공수처에 대한 검찰 내 의견이 다양한 상황에서 성과 공수처 문제를 연결시킨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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