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오상쥐그룹, 호주 뉴캐슬항
지분 50% 38억홍콩달러에 매입

세계 항구 사들여 물류망 장악
유럽·아시아·남미부터 북극까지
30여곳 거점 삼아 자원·항로개발
1년간 투자한 자금만 201억달러

아프리카에 첫 해외 군기지 건설
경제협력 명분으로 군사력 확대
중국이 세계 주요 항구를 쓸어담듯 사들이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 이어 호주 동부의 최대 항구까지 손에 넣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대상 국가의 주요 거점항구를 확보해 중국이 세계 해상 물류망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대(一帶)’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육상 실크로드를, ‘일로(一路)’는 남중국해와 인도양, 아라비아해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호주까지 뻗어나간 해상 실크로드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중국 자오상쥐(招商局)그룹이 호주 뉴캐슬항구의 지분 50%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인수가격은 38억홍콩달러(약 5300억원)다. 뉴캐슬항은 호주 동부지역 최대 항구이자 세계 최대 석탄 수출항이다. 자오상쥐그룹이 호주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뉴캐슬항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은 신규 인프라 건설과 공공서비스 제공에 사용할 계획이다.

자오상쥐그룹은 항만과 터미널 등 해운업을 하는 중국 중앙정부 소유 국유기업으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브라질 항구 운영업체인 TCP의 지분 90%를 72억2800만홍콩달러에 인수했다.

TCP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약 300㎞ 떨어진 남부의 파라나구아항을 운영하고 있다. 파라나구아항은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컨테이너 항구로 연간 150만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다.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엔 처리 규모가 240만TEU까지 늘어난다.

자오상쥐그룹은 중국 본토와 홍콩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지부티, 터키,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7월에도 인도양 거점 항구인 스리랑카 함반토바항 지분 70%를 11억달러(약 1조1900억원)에 매입했다.
◆세계 주요 항구 30여 곳 인수

2013년 9월 시 주석이 일대일로 사업 추진을 밝힌 이후 중국은 국유기업을 앞세워 세계 주요 항구의 운영권을 잇달아 사들였다. 영국계 투자은행 그리슨스피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2016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발표한 해외 항구 인수 및 투자액 규모는 201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전 1년간 99억7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에선 72억달러 규모의 믈라카게이트웨이항을 비롯해 24억달러의 쿠알라링기항, 14억달러의 페낭항, 1억7700만달러의 콴탄항 등 네 개 항구에 중국 기업이 총 116억달러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항구인 탄중프리오크항 확장 공사에도 중국 자본 5억9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중국은 기존 항로보다 유럽으로의 운항 일수를 크게 단축할 수 있는 북극항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유기업인 포리그룹은 북극항로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항에 투자를 추진 중이다. 리투아니아 클라이페타항 항만시설과 노르웨이 시르케네스항, 아이슬란드의 두 개 항구 등에도 중국 기업이 투자했다.

중국 자본이 진출한 세계 주요 항구는 30여 곳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추가로 몇 개 항구 투자도 논의되고 있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처음 일대일로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수사(修辭)’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44억 명의 인구(세계 63%)와 21조달러 경제권(세계 29%)을 묶는다는 게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해외 순방 때마다 일대일로를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고, 중국 국유기업은 차근차근 해외 거점 항구에 깃발을 꽂았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경제협력뿐 아니라 군사적 영향력 확대도 도모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작년 아프리카 동부의 전략 요충지인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일대일로의 중요 파트너인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운영권을 확보한 뒤 해상무역 보호를 명분으로 군함 배치를 추진 중이다.

FT는 “다른 나라 항구에 진출하면 군사적 접근 역시 용이해진다”며 “해당 국가에선 중국이 경제적 목적으로 가장해 군사전략적 목적을 추구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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