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공장 증설 요청
5개월째 승인 않고 미뤄 "안되면 중국공장에 투자"

주민들도 증설 찬성하는데 시에서 '태클'
지방선거 앞두고 '그림자 규제' 기승 우려

LG화학 나주공장 친환경 가소제 공장 조감도

신규 일자리 200개가 걸린 LG화학 전남 나주공장의 2300억원짜리 신·증설 투자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인허가권을 쥔 나주시가 “반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라”며 건축 허가를 미루고 있어서다. 나주시는 지난해 정부의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결정 때처럼 공론화위원회에 허가권을 위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달까지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중국 등 해외로 투자지를 옮길 계획이다.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은 업어주고 싶다”(문재인 대통령)며 일자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정부의 노력에 지방자치단체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9월25일 나주시에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건립과 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 인허가를 신청했다.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가소제 등 기초 소재 개발부터 생산까지의 수직계열화 체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 성분을 제거한 친환경 가소제 시장은 매년 8%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공장 부지에 들어서는 시설로 통상 한 달 정도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인허가는 5개월째 보류 상태다. 나주시는 공장 증설에 반대하는 지역 시민단체(LG화학 나주공장 증설반대 나주시민대책위원회)의 민원을 이유로 대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에서 5개월 가까이 건축 인허가를 받지 못한 곳은 나주공장이 처음”이라고 했다.

LG화학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난해 말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시민설명회를 열어 100여 건의 주민 요구 사항을 설계에 반영했지만 인허가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설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9일 건축 인허가 막바지 단계인 나주시 경관심의회의를 물리력으로 무산시켰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이런 와중에도 최종 결정을 외부에 떠넘기고 있다. 그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법, 주민투표 방식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증설공사 착공 지연에 따른 친환경 가소제 공급 차질을 우려한 LG화학은 나주공장 신·증설 계획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이달 안에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면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이 깨질 우려도 있는 만큼 중국 등 해외 공장으로 투자처를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투자계획이 이처럼 차질을 빚는 것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법적인 절차보다 주거환경 침해와 공사 소음 등에 따른 주민 민원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공장 신·증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환경오염 우려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소제와 아크릴산 등을 생산하는 기존 공장은 물론 신·증설 시설도 환경오염 우려가 없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가동 중인 나주공장 배출구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법적 기준의 20~40%에 그친다. 새로 짓는 친환경 가소제 공장의 먼지 배출량도 법적기준(40㎎/㎥)의 30% 수준인 12㎎/㎥으로 설계했다.

LG화학은 여기에 매년 200억원을 들여 기존 공정 시설을 개선해 공장 증설 후에도 총배출량이 지금보다 적도록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84년 한국종합화학을 인수해 가동에 들어간 LG화학 나주공장은 35년째 안전·환경사고 없이 운영 중이다. 공장이 들어선 나주시 송월동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춘택 통장단장(69)은 “그동안 오염물질 배출로 생활에 불편을 겪은 일이 없다”며 “인근 주민 대다수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장 증설에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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