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검사·변호사는 법치주의 실현 동반자
변호사의 공익성에 대한 인식 바로잡고
직업윤리 및 합리적 상담료 제도 확립해야

윤성근 <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오래전에 미국의 법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재판을 마친 변호사가 외국에서 온 방문객을 위해 시간을 냈다. 변호사라는 직책을 규정하는 첫 번째 지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법관(officer of the court)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통적으로 ‘오피서(officer)’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주체다. 인격과 능력을 겸비하고 권한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감도 구비한 사람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장교나 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람을 구하고 스스로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고 맡은 역할도 다르지만 서로 길항하는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법치주의 실현과 인권 보호라는 공익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이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공간이 법정이다. 이렇게 본다면 ‘officer of the court’는 법관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며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는 법관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법도 제1조에서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익성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변호사의 역할이나 권한은 대단히 많다. 당사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변호사를 산다’고 표현하고 당사자의 이익이 변호사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변호사의 공익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치료방법까지 지시할 수는 없는 것처럼, 당사자가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소송전략이나 준비서면의 문구까지 간섭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견해를 공유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 자체가 힘을 발휘한다.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은 사건에 대해 변호사까지 함께 공격의 대상이 되고,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한 변호사가 사임하는 현상은 사회에 팽배한 잘못된 견해의 위력을 보여준다.

변호사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로잡혀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법조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이 지켜져야 한다. 누군가를 훌륭하다고 칭찬할 때 그 칭찬하는 사람 자신이 훌륭해야 그 말을 믿게 된다. 그러나 평판이 나쁜 사람이라도 누구를 나쁘다고 비난하면 함께 나빠지기는 쉽다. 상대방 변호사를 악덕변호사라고 비난하는 서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직업윤리도 확립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정직의무에 대한 규범 정비가 시급하다. 알면서 거짓말하거나 거짓 증거를 제출하는 행위는 제재할 필요가 있다. 한편,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한 경우 이것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변호사 상담료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수임에 실패하는 경우 상담시간은 매몰비용이므로 변호사로서는 수임을 위해 승소 가능성을 과장하는 등 무리하게 되며, 이것이 대중의 법조계에 대한 불신에 기여한다. 과장을 섞어 수임한 뒤 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변명이 필요하며 이는 더 큰 불신을 부른다. 수임에 실패한 사건에서 매몰된 상담비용은 결국 수임에 성공한 사건에 전가된다.

한편, 국민들로서는 변호사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필요하다. 평생에 한번 마주친, 앞으로의 인생행로를 좌우할 것이 명백한 중요한 법률문제에서 누가 실력 있고 성의 있는 변호사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이것이 브로커가 활약하는 공간이 되고 대형로펌에 사건이 몰리는 이유가 된다.

변호사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는 문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라는 이름에는 선비라는 글자가 포함돼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식이 족하지 않으면서 선비로서의 품위와 도덕성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다. 변호사는 법조인 중 국민과 직접적인 접촉이 가장 많은 직역이며, 변호사가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법원이나 검찰이 혼자 신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변호사가 그 직책에 맞는 도덕성과 공익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다면 결국 법조 전체는 공멸하며 법치주의가 실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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