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블록체인 발전 양상 아무도 몰라
무조건 '거품' '사기' 단정짓고 규제하기보다
젊은이들의 혁신성을 믿고 기다려줘야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4차 산업혁명 논의를 세계경제포럼(WEF)이 확산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불확실하다. 불확실하다는 점만이 확실하다. 미국 상무부는 사물인터넷(IoT)을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특징으로 제시했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장해왔을 뿐이다. 1980년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출간했을 때는 명확했다. 믿건 믿지 않건 정보혁명이 온다는 것이 핵심이었고, 증기기관에 의한 철도혁명(1차), 전기 네트워크에 의한 대량생산 혁명(2차)에 이어 컴퓨터와 인터넷, 모바일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은 현실이 됐다.

최근의 블록체인, 암호화폐(가상화폐) 붐은 이것이 혹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 보고서에서 블록체인과 관련해 2025년까지 일어날 두 가지 사건을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 설문에 참여한 800여 명의 비즈니스 리더 중 58%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73%는 세금을 블록체인을 통해 걷는 정부가 처음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수의 응답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제포럼이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한 기술로 2년 전에 거론했다는 점은 적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혁명’을 일으키는 기술은 아니다. 3차 산업혁명기에 태어난 기업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가 열심히 인공지능을 주창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혁명적 기술이 아니라 기존 구조를 공고히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다르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책임자가 “블록체인의 쓸모를 아직 못 찾았다”고 논평하는가 하면,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암호화폐를 연구할 것”이라고 뒤늦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공지능 특이점 주창자이기도 한 구글의 기술이사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암호화폐 리플 설립자가 오라클·구글 CEO보다 부자’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3차 산업혁명기에 급성장한 회사들이 떨떠름하게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과 산업에 대해서 생각하고 주저하는 동안, 20대들이 새로운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94년생인 비탈릭 부테린은 21살에 이더리움을 설계했다. 논란의 인물 우지한도 1986년생으로, 27살에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 종합회사 비트메인을 설립했다. 스티브 잡스는 21살에 애플을 세웠고, 저커버그는 20살에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동갑내기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5살에 구글을 공동 설립했다.
비트코인 논문이 발표된 지 10년이 돼 가는 사이에 비트코인을 제목으로 하는 학술 논문이 적어도 4000편 이상 발표됐다. 이런 실체를 단순히 사기,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로 단정할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가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 “거품, 거품, 사기, 골칫거리”라는 제목으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비판했다. 그러나 크루그먼이 1998년에 7년 후인 2005년을 예측하면서 “인터넷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팩시밀리가 미칠 영향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해 조롱받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 아직 잘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고와 창조적 경쟁을 허용하자. 다양한 사고와 창조적 경쟁을 허용하는 문화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의 적응 효율성을 높여 경제적 성과를 높일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달리 대안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어떻게 발전할지도 아직 우리는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자. 단정짓지 말자. 다양한 사고와 창조적 경쟁을 허용하자. 그리고 젊은이들을 믿자. 그들은 성인이다. 어린아이가 아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