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튠즈 제치고 모바일 시장 장악
내리막길 걷던 글로벌 음악산업 되살려
상반기 중 뉴욕 증시 상장 '대박' 눈앞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스포티파이에서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사람의 80%가 무료 서비스에서 출발합니다. 무료 서비스를 포기한다면 유료 음악도, 저작권료도 사라지는 것이죠.”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에크(35)는 자신이 만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시장을 장악한 스포티파이가 창작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을 때였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4년 자신의 모든 음원을 스포티파이에서 철수시키기도 했다. 에크 CEO는 창업 정신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우리는 음악을 사랑했고, 불법 저작물이 그것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스포티파이를 시작했습니다.”

‘공유’와 ‘무료’ 개념으로 음악시장 석권

에크 CEO가 스포티파이를 창업한 것은 음악시장이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스웨덴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광대역 인터넷을 기반으로 불법 음원 공유가 판치고 있었다. 세계 음반시장은 1999년 146억달러(약 15조6000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같은해 디지털 음원을 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냅스터’의 등장 탓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에크 CEO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있는데 음악산업이 쇠퇴하는 게 불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2006년 스포티파이를 설립하고 2008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공유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광고 수익으로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겠다는 취지였다. 30분에 한 번꼴로 광고를 들으면 무료 이용이 가능하고, 유료 회원은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음원 공유의 그림자도 깨끗이 걷어냈다. 소니, 유니버설, 워너 등 대형 음반사와 정식 계약으로 수백만 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길을 열었다. 음반사들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2년간 끈질기게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낮은 가격에 회사 주식 일부를 팔면서 계약을 성사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방식은 음원 다운로드(소유) 방식을 고수한 애플의 아이튠즈를 누르고 모바일시장을 장악했다. 2010년 50만 명이던 스포티파이의 유료 사용자 수는 3년 만에 열 배로 불어났다. 2018년 들어 7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61개국에서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주도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시장 회복세도 이끌었다. 2015년 45.2% 늘어난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에 힘입어 세계 음반 매출은 전년보다 3.2% 성장했다. 1999년 이후 줄곧 위축됐던 음악시장이 16년 만에 기지개를 켰다. ‘스포티파이가 음악산업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음악과 IT를 늘 곁에 뒀던 소년

음악과 정보기술(IT)은 에크 CEO가 평생 좋아한 두 가지다. 그는 다섯 살 무렵부터 기타와 컴퓨터를 다뤘다. 외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외할머니는 오페라 가수, 외할아버지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M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코드를 혼자서 받아쓸 정도로 감각을 타고났다. IT산업에 종사한 새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계를 잘 다뤘다.

그는 8세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일찍부터 사업가 기질을 발휘했다.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웹사이트를 개설해 5000달러씩 받고 팔았다. 고등학생 때는 구글에 엔지니어로 지원했다가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명문 스웨덴왕립공대에 진학했지만 이론 수학으로 가득한 커리큘럼을 보고 8주 만에 중퇴했다. 대신 2005년 인터넷 광고회사 애드버티고를 창업했다. 이듬해 이 회사를 매각해 200만달러(약 21억원)를 손에 쥐었다. 23세에 백만장자가 된 그는 페라리를 끌고 근사한 여자들과 어울렸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는 스포츠카를 팔고 숲속 오두막에 칩거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궁리하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떠올렸다.

빅데이터·AI 이용한 음악추천 혁신

스포티파이는 ‘음악시장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넷플릭스도 2007년 시작한 동영상 실시간 재생 서비스로 세계 영화·드라마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스트리밍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비슷하다. 스포티파이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가수와 음악을 추천한다. 운동, 수면 등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재생목록을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만든 16억 개, 스포티파이가 선정한 4억 개의 재생목록은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추천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에크 CEO는 “최고의 음악 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3년 음악 추천 앱(응용프로그램) 투니고를 시작으로 음원 데이터 분석업체 에코네스트, 데이터 분석업체 시드사이언티픽, 음악 추천 스타트업 닐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며 음악 추천 시스템의 혁신을 예고했다.

스포티파이는 올 상반기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스포티파이의 기업가치를 150억~200억달러(약 16조~21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신주발행과 공모절차 없이 기존 주식을 그대로 상장하는 ‘직상장(direct listing)’ 방식을 추진 중이다.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에 비해 상장절차가 간소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스포티파이가 직상장에 성공한다면 200여 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벤처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상장할 기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