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직장인 조모씨(27)는 최근 월셋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일대 중개업소를 찾았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 다섯 곳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조씨가 중개소 안을 기웃거리자 바로 옆 카페에 있던 중개사가 달려나와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했다. 중개사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단속이 나오는 통에 불을 꺼두고 있다”며 “주변 중개사들이 대부분 음식점이나 카페에 있다가 연락이 오면 안에서 업무를 본 뒤 다시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의 개점휴업 사태가 강북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강남·서초구 등 집값이 급등했던 재건축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들을 위주로 단속했으나 1주 전부터 강북권에서도 단속을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이 뛰고 있는 마포·용산·성동·양천구 등이 대상이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는 중개업소 70%가량이 문을 닫았다. 지난주부터 용산구청, 국토교통부, 용산 세무서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다운·업계약서 작성, 자전거래, 가격 담합 등을 적발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돌고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29, 30일 연속으로 현장 단속을 하고 있다”며 “조합원지위양도 금지로 ‘한강맨션’ 등의 거래가 막힌 탓에 걸릴 것도 없어 일부는 문을 열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포구의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일대 중개업소도 단속 대상이다. 지난주 4일에 걸쳐 국토부 등 단속원들이 나온 까닭에 중개업소 90% 정도가 문을 닫았다. 영업 중인 아현동 B공인 관계자는 “단속원 4명이 사무실에 와서 계약서를 꺼내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강북권에서 불법 계약서 작성은 옛날에 있었던 일인데 그걸 잡는다고 나온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 중개업소도 지난주부터 3~4일에 걸친 단속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곳 역시 일부 중개사들은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일부 중개사들은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한 중개사는 “집값 담합 등은 지역 주민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안 나오면 중개사는 거래를 못 하는데 뭐가 좋겠냐”고 반문했다.

김형규/조아란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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