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어·중국어·독일어 등

"삼성 임원, 최고의 회화 능력 갖춰야"

한경DB

삼성전자에 ‘외국어 비상령’이 떨어졌다. 차장·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가운데 ‘회화능력 최고(1급) 등급’을 얻지 못하면 임원 승진 심사에서 자동 탈락한다. 부서와 역할에 관계없이 모든 임직원의 글로벌 업무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0일 “재무 및 인사 부문 인력을 대상으로 외국어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뒤인 2027년부터는 외국어 회화 1등급을 보유해야만 임원 승진이 가능하도록 승진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의 회화 시험에서 최고 등급 성적을 따지 못하면 아예 임원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전자 계열사에도 전파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와 인사를 대상으로 정한 건 평소에 영어를 쓸 일이 가장 적은 부서라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과 영업 등의 부서 인력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늘 외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체로 회화에 큰 문제가 없다”며 “그동안 외국어 부담을 덜 느끼던 재무와 인사 등 취약 부서를 타깃으로 삼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움직이는 두 가지 축이 돈(재무)과 사람(인사)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거나, 해외 금융회사와 재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외국어 능력이 없으면 최고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힘들게 뽑은 해외 우수 인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필수라는 사내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고 했다.
삼성이 요구하는 외국어는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어 등 제2외국어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어 능력에서도 ‘회화’에 초점을 맞춘다. 토익 등 기존 시험 성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영어는 오픽(OPIc) 테스트 점수 등이 반영될 전망이다. 오픽은 말하기에 중점을 둔 회화 능력 시험이다.

미국의 비영리 외국어 교육 전문기관인 ACTFL이 시행하는 테스트로 삼성을 비롯해 국내외 1700개 기업과 기관이 채용과 인사고과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어는 TSC, 일본어는 SJPT, 독일어는 CEFR 등의 시험이 대상이다. 모두 회화에 특화한 시험이다.

임원 승진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각 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토익 860점 이상을 ‘1등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회화 시험은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실력이 요구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토익 1등급을 받은 직원들도 대부분 회화 시험 점수는 2, 3등급에 불과하다”며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삼성은 최근 전 계열사 임원에게 다음달까지 영어 오픽 테스트를 치르고 성적표를 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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