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에 1분기 절반만 생산
시총 1주일새 460억달러 '증발'

미국 애플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주력 스마트폰 ‘아이폰Ⅹ’(사진)의 수요가 부진하자 올 1분기부터 생산량을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올 1분기(1~3월) 아이폰Ⅹ 생산량을 당초 계획(4000만 대)의 절반인 2000만 대로 줄일 방침을 세우고 각국 주요 부품 공급업체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애플은 연말연시에 미국·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Ⅹ 판매가 기대처럼 늘지 않자 생산 감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Ⅹ은 애플 제품으로는 처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한 주력 제품이지만 100만원대가 넘는 고가에도 신기능이 ‘얼굴인식’ 등에 그쳐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판 초기 부품 공급이 달려 품귀현상이 빚었던 상황과 달리 재고가 급속히 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애플은 니혼게이자이의 감산 관련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았다.
아이폰Ⅹ의 판매 부진과 감산으로 애플 실적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감산이 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단순 계산하면 당초 계획보다 소매가 기준으로 2조엔(약 19조7562억원)가량 매출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애플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의 실적 ‘도미노 악화’도 우려된다. 스마트폰 슬림화의 필수 부품인 수직다층기판을 생산하는 무라타제작소는 애플의 감산 결정 영향으로 최근 들어 증산폭을 줄였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소니와 전자부품기판을 제작하는 교세라, 배터리 제조업체 TDK 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삼성전자도 고수익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둔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아이폰Ⅹ 감산 보도가 나온 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2.07% 하락했다. 실적 부진 전망으로 지난 22일부터 애플 주가는 5% 넘게 떨어져 1주일 새 464억달러(약 49조815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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