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에 기름 끼얹은 '예루살렘 선언'
터키의 쿠르드 침공으로 새로운 갈등 고조
UAE 원전 등 우리 이익 확보 대책 절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

2018년, 중동은 여전히 혼란 상태다. 1948년 팔레스타인 심장부에 이스라엘이 건국한 뒤 한 해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갈등과 충돌의 70년이었다. 지금도 시리아, 예멘, 리비아에서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포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서에 서명함으로써 중동은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트럼프가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 평화협상의 방식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는데,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성소 계획’이라 불리는 신(新)중동 구상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양대 주거지인 지중해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를 분리해 가자와 이집트 북부 시나이 영토를 묶어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해주는 대신 유대인 정착촌이 들어서서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웨스트뱅크 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법적 귀속권을 요르단에 넘겨준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수많은 저항과 난관에 부닥치겠지만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상당 부분 논의되고 있는 핵심 의제라는 분석이 심증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에서는 심상치 않은 역학관계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협력 축에서 터키가 빠져나가는 대신 사우디가 빠르게 가세하는 반면, 러시아-중국-이란이 또 다른 협력 축을 형성하는 신냉전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 지역 역학관계에서는 이슬람의 종교적 연대나 ‘수니-시아’라는 종파적 이해관계보다는 정권 안보와 부족집단 가치가 훨씬 상위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금 사우디의 최대 위협은 이스라엘이나 서구가 아니라 부패한 왕정 타도를 외치는 팔레스타인 급진세력 하마스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물론 이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이란인 셈이다.

또 하나의 큰 변화 흐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맹방으로서 전통적으로 친미 노선을 견지해온 강국 터키가 러시아 이란 등과 협력하면서 시리아 내전의 방향키를 되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터키는 미국 유럽연합(EU) 사우디 등과 연대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와 이슬람국가(ISIL) 궤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지만, ISIL 거점 붕괴 이후 터키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시리아 북부 쿠르드를 향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터키군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집결지인 아피린뿐만 아니라 시리아 국경수비대의 중심 거점이 될 민바즈까지 작전 범위를 넓히며 미국을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중동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3만 명 규모의 쿠르드군 국경수비대를 설립하고자 하는 미국의 계획이 결정적 침공 요인이 됐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YPG)를 자국 내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패권구도를 보면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가 적극적인 반(反)이란 전선을 형성하고, ‘러시아-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이 친(親)이란 공조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중동 맹주 자리를 노리는 터키를 중심으로 군소국가인 카타르 오만 요르단 쿠웨이트 등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기업도 비상 상황이다. 해방 이후 최대 해외 수주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의 20조원 규모 원전사업과 80조원에 달하는 후속 사업을 시발로 최근에는 4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스마트도시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57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우디 홍해 쪽 스마트도시 건설 사업 진출에도 본격적인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 기업은 이스라엘 변수만 고려하고 중동 전역에서 무한의 대형 건설·플랜트를 수주하고 한국 상품 판매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간 이해관계, 역내의 미묘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살펴야 하는 이중삼중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만큼 중동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지역 전문가를 배출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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