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가르는 '과학의 힘'

미국 스포츠의류사 언더아머
두께 0.3㎜ 스케이트복 개발
공기 저항 최소화해 경기력↑

이상화는 '마법의 신발' 착용
가속력 시속 52~54㎞까지 높여

미국 스포츠의류회사 언더아머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스케이팅 대표팀을 위해 제작한 유니폼. 폴리우레탄으로 제작된 경기복은 풍동 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스키와 스케이트, 썰매로 대변되는 동계올림픽 경기는 공기 저항과 마찰력의 싸움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0.01초 기록을 좌우한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얻은 장비, 선수의 노력이 합쳐져 최고 성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된다. 미국 스포츠의류회사 언더아머가 미국 스케이트 대표팀을 위해 개발한 경기복은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복 미세한 공기 저항 최소화

스케이팅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경기기록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이나 위험한 운동기구로부터 부상 위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속도가 생명인 스피드스케이트 선수가 입는 유니폼은 무게가 150g, 두께는 0.3㎜에 불과하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다.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진 언더아머의 유니폼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더아머는 2011년부터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공기역학적 기능을 가미한 ‘마하 39’란 경기복을 개발해 대표팀에 제공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열 배출용 공기구멍이 몸속 열기를 배출하는 대신 오히려 공기가 옷 뒤로 들어와 속도를 떨어뜨린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언더아머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팀 경기복에 구멍이 없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언더아머는 대신 경기복에 울퉁불퉁한 패드를 집어넣었다. 이 울퉁불퉁한 패드는 마치 골프공 홈처럼 선수가 앞으로 나갈 때 몸을 지나는 공기 흐름을 분산해 저항을 줄이고 뒤쪽에 생기는 와류를 막아준다.

클랩 스케이트 날(우측) 부츠 뒷굽과 날이 분리되는 구조로 스케이트를 신고 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에서 떨어지지 않아 빙판과의 접촉시간이 길어진다.

◆스피드 경기, 스케이트 날 형태 달라

스케이트 종목에선 스케이트 날 형태도 경기력을 좌우한다. 한국의 ‘빙상여제’ 이상화 선수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하며 효자 덕목으로 떠오른 스피드스케이팅은 ‘클랩 스케이트’라는 기술이 등장하며 획기적인 기록 단축을 이뤘다.
지금은 대부분 나라가 채용하고 있지만 이 스케이트가 등장한 건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다. 당시 5개 신기록을 휩쓴 네덜란드 선수들은 부츠 뒷굽과 날 뒤쪽이 분리되는 독특한 스케이트를 신었다. 스케이트를 신고 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에서 떨어지지 않아 빙판과의 접촉시간은 줄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날과 빙판의 접촉시간이 길면 미는 힘을 더 전달할 수 있어 가속력이 시속 52~54㎞까지 올라간다.

전략이 중요한 쇼트트랙에서도 스케이트 역할이 중요하다. 쇼트트랙은 총길이 111.12m의 빙판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종목으로 곡선 주로의 비율이 48%로 높다. 쇼트트랙의 스케이트 날은 부츠 왼쪽으로 살짝 쏠려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서 곡선 주로에서 왼쪽으로 기울일 때 원 중심에서 멀어지려 하는 힘인 원심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마찰력에 좌우되는 스키와 컬링

스키를 타고 35~37도 급경사면을 시속 90㎞로 내려오다 점프대를 도약하는 스키점프와 자연 지형을 달리는 장거리 경기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마찰력이 점수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경기다.

과학자들은 최근 스키점프 경기에서 물체가 공기 또는 물 같은 유체 속을 지날 때 물체 위와 아래쪽 속도가 달라서 뜨는 힘인 양력보다는 점프대와 스키 사이의 마찰력이 경기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스키 바닥 표면에 왁스를 바르는 왁싱을 한다. 크로스컨트리에서는 마찰력을 줄이기보다 반대로 증가시키는 왁싱 작업을 한다. 스키 표면의 마찰을 증가시켜 선수가 적은 힘으로 앞으로 쉽게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노리는 컬링도 마찰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영하 5도인 경기장 얼음 표면에는 ‘페블’이라는 미세한 얼음 알갱이들이 있는데 이 페블이 스톤의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이 브룸(빗자루)으로 얼음 위를 닦는 것도 스톤 속도와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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