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소송에 자문 수요 늘어
태평양·김앤장 등 TF팀 꾸려

법무법인 세종 가상화폐 TF 변호사들. 왼쪽부터 김기현 주민정 정수호 조정희 엄상연 박세길 정재욱 변호사.

최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A사는 2000억원 규모의 소송에 휘말렸다. 가상화폐가 폭등할 시점에 서버가 중단되면서 제때 매도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손실을 봤다며 로펌을 통해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또 다른 거래소 B사는 설립 초기부터 국내 한 로펌과 고정 자문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광고 심의, 명칭, 투자 유치, 이용 약관 검토 등 사업 수행에 필요한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으로 로펌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가상화폐거래소들도 소송에 대한 대응이나 거래소 운영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위해 로펌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따라서 가상화폐 관련 법률 분쟁이나 자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법률 수요를 잡기 위한 로펌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대형 로펌들은 각 팀에서 인력을 차출해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거나 가상화폐와 연관이 있는 핀테크(금융기술)팀 등을 확대하고 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가장 먼저 대응하기 시작한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투자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2015년 국내 로펌 최초로 핀테크 TF를 출범시켜 가상화폐 관련 이슈에 대응해 왔다. 그러다 최근 자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초점을 맞춘 블록체인 TF를 새롭게 발족했다. 팀장은 태평양을 이끄는 주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양호 대표변호사가 맡고 있고 총 인원은 30명이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가상화폐와 관련한 TF팀을 꾸린 상황이다. 태평양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회계사, 전문위원, 변리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30여 명 규모다. 핀테크 부문에서 활약해 온 이정민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상화폐 공개(ICO)와 관련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미국 일본 스위스 등 해외 규제 현황과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화우도 TF로 가상화폐 법률 수요에 대응 중이다. 세종은 지난해 말 가상화폐 TF를 구성했다. 특히 그동안 가상화폐 사기 등 형사 문제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와 형사 범죄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이용성 변호사에게 TF 팀장을 맡겼다. 가상화폐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자문 경험이 많은 조정희 변호사는 간사를 맡고 있다.
화우는 세종보다 앞선 2016년 초 금융 및 정보기술(IT) 전문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가상화폐 TF를 발족했다. 이숭희 변호사 휘하에 30명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전문 인력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시적 조직인 TF 대신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식 팀을 구축한 로펌도 있다. 법무법인 광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광장 블록체인팀을 구성해 핀테크, 금융정보기술에서 활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핀테크 분야 전문가인 강현구 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도 최근 핀테크팀에서 관련 업무 전담을 위해 가상화폐팀을 창설했다. 단순한 자문을 넘어 가상화폐 관련 자문 용역 수행, 입법 및 정책 자문까지 하는 것이 목표다. 율촌은 가상화폐팀을 중심으로 국내외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대형 로펌만 가상화폐와 관련해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 로펌들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률 수요 잡기에 한창이다. 대형 로펌의 수임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저렴한 중소형 로펌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중소형 로펌들은 수임료 일부를 가상화폐로 받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 유입을 이끌고 있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으면 가상화폐 시장은 양성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며 “거래소 관련 규제로 자문과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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