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논란

주주권 확대한다지만 정부 입김 더 강해져
기업 투자에 외압 우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 움직임을 경제계는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재벌개혁 방안으로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재벌 개혁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상장사들은 공적인 목적으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고 평가한다. 주주권 행사가 정권의 기업 통제수단으로 활용되는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해서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0명의 전체 위원 중 6명이 정부 인사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국민연금기금실무평가위원회에도 정부 위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구체적인 투자 행위나 의결권 행사에 외압이 들어오는 사례도 많다.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수뇌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공개적으로 불러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 주주권이 확대되면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우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2016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276곳에 달한다. 10% 이상을 쥐고 있는 상장사도 75개사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경영 전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무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해 던진 주식매수청구권이었다.

한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민연금이 복잡하고 다양한 개별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제대로 심사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한 해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는 안건은 약 3000개에 달한다. 대부분 2~3월 주주총회 기간에 집중돼 있다. 이를 검토하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은 10명 미만이다.

● 스튜어드십 코드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모범 규준을 말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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