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물 손정의는 왜 5000만달러를 투자했나

2년전 저커버그도 "인수하고 싶다"
사진·동영상에 스티커 붙이기
입소문 타고 다운로드 2억 돌파
1020에 인기 '아시아의 스냅챗'

시장따라 유연한 사업 전략 빛 봐
SNS로 출발했지만 카메라에 집중
AR·얼굴인식기술 개발에 주력

소프트뱅크·세쿼이아는 스노우차이나 지분 20% 확보
네이버의 모바일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 ‘스노우’ 중국법인이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5000만달러(약 535억원)를 투자받는다. 스노우는 영상·사진 기반 소셜미디어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증강현실(AR) 기반의 카메라 앱으로 바뀌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피보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저커버그에 이어 손정의도 성장성 인정

소프트뱅크와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는 스노우차이나에 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두 회사는 스노우차이나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각사 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노우는 투자 유치금을 바탕으로 AR 기술 연구개발과 현지 콘텐츠 제작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노우는 한때 네이버 자회사였다가 지금은 네이버 본사로 흡수된 캠프모바일이 2015년 9월 내놓은 서비스다. 처음에는 캠프모바일 내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다운로드가 빠르게 늘면서 2016년 7월 네이버 자회사로 분사했다. 한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지역 10~20대의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10월 2억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2016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스노우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노우가 라인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현재 네이버(55%)와 라인플러스(28%), 라인(17%) 등 세 개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투자받은 스노우차이나는 지난해 8월 설립된 스노우의 중국 현지 운영 법인이다. 해외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스노우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 곳에 현지 운영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법인은 지역별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한다. 스노우 해외 법인이 투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투자사들과 손잡고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손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를 비롯해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기업 설립 초기에 투자해 실리콘밸리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소셜미디어에서 카메라로 전략 수정

스노우가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피보팅이 꼽힌다. 스노우는 2015년 출시 당시 소셜미디어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영상을 찍어 자신만의 페이지에 올리거나 다른 사용자와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소셜미디어보다는 스노우의 카메라 기능에 반응했다. 스노우는 얼굴 인식과 AR 기능을 활용해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흥미를 유발하는 카메라 기능을 내장했다. 카메라 앱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카메라 기능에 더 주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보다는 재미있는 동영상을 찍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소셜미디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카메라 기능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앱 업데이트를 통해 소셜미디어 기능을 없애는 대신 AR을 활용한 뮤직비디오 촬영 등 AR 카메라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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