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신연수 지식사회부 기자 sys@hankyung.com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 중 상위권 학교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반수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로스쿨 법조인들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출신 학교가 ‘줄 세우기’ 기준이 되고 있어서다.

로스쿨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한 학년 정원 150명 중 매년 많게는 20명가량이 다른 로스쿨을 중퇴하고 들어온 입학생으로 알려졌다. 지방 로스쿨생은 서울행을, 서울권 로스쿨생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행을 꿈꾸며 두 번째 입학원서를 낸다.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1년 등록금을 날리면서까지 학교를 옮기는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명문대 로스쿨은 역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이 수험생들 주장이다. 가장 선호하는 진로인 이른바 ‘검클빅(검사·로클럭·대형로펌 변호사)’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학교별로 정해져 있다는 속설이 수험생 사이에선 정설로 통한다. 국내 10대 로펌에 매년 수십 명의 졸업생이 취직하는 로스쿨이 있는가 하면 한 명도 보내지 못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명문대 로스쿨에 한정해 따로 추천 채용을 진행하는 사내변호사·인턴 자리도 있다. 결국 뱀의 머리가 되느니 용의 어깨, 허리쯤만 돼도 낫겠다는 판단에 반수를 결심하는 것이다.
이전 로스쿨 성적표가 곧 ‘스펙’이 되는 기형적인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반수생이 지원할 경우 반드시 재학 중이란 사실을 밝히고 1학기 성적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로스쿨도 있다. 한 학기 등록금을 고려하면 몇백만원짜리 스펙인 셈이다.

물론 원하는 로스쿨에서 교육받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다. 다만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다 ‘어느 로스쿨 출신이냐’가 법조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큰 잣대가 돼 버리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신연수 지식사회부 기자 s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