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비오는 날 자율주행차 시험
"와이퍼가 이미지 확보 방해
빗속에선 사람 구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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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 TV 시리즈 전격제트작전에는 ‘키트’라는 이상적인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키트는 상상 속 산물이었지만 스스로 혼자 판단해 길을 찾고 탑승자 안전을 지키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이제 성큼 다가왔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보스턴은 대표적인 자율주행차 시험장으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제너럴모터스와 구글, 테슬라, 우버의 자율주행 시범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기술이 뜻밖의 장애를 만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로봇자동화 레터스에 비가 자율주행차 기술 진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보통 자율주행차 기술은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레벨 0’부터 사람이 전혀 개입할 필요가 없는 ‘레벨 4’까지 5단계로 나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레벨 3’ 단계에 와 있다. 레벨 3은 카메라나 라이다(레이저 빛을 쏘아 반사되는 거리를 파악해 물체를 감지하는 장치)로 앞에 있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식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레벨 4로 넘어가려면 인공지능(AI)의 정확한 예측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AI가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신경망을 가르치는 ‘지도학습’을 활용한다. 인간이 마치 선생님이 돼 컴퓨터가 맞는 답을 내도록 가르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카메라가 찍은 화면을 화소(픽셀) 단위로 자율주행차의 AI에 넣어 차량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게 했다. 이 같은 영상은 대부분 날씨가 맑거나 낮에 인식한 자료였다.

연구진은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서 AI가 도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폈다. 연구진은 차량에 카메라를 달아 비가 많이 내리는 밤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도로를 달리며 비디오 영상을 수집했다. 일일이 손으로 6초마다 화면에 비치는 차량과 사람, 도로 모습을 표시하고 AI가 인식한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시각 처리 알고리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AI는 밤에 비가 내릴때 문제점을 드러냈다. 환한 전조등과 유리 와이퍼가 정확한 도로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됐다.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사람은 물론 비교적 밝은 곳에 서 있는 사람도 빗속에선 구분하기 어려웠다.

화면인식 전문가인 짐 리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원은 “사람도 밤에 비가 내리는 환경에선 더 혼란이 가중되는데 자율주행차 역시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시간과 밤에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주행 능력을 가늠해본 시도다.

실험이 수행된 밴쿠버는 연중 161일 비가 내려 ‘레인쿠버’로도 불린다. 비가 자주 오는 밴쿠버 같은 도시에선 자율주행차가 적절하게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 확대를 위해서는 AI가 비가 올 때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시에서 데이터를 획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비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눈이 내린 환경 연구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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