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우려로 번번이 퇴짜놓던 미국
중국 기업의 자국 반도체업체 인수 승낙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자국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을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중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에 잇따라 제동을 걸어온 터여서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칩 업체 나우라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아크리온시스템스를 1500만달러(약 16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아는 한 이번 인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중국 기업의 M&A 거래를 승인한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CFIUS는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심사하는 기구다. 재무장관이 주재하며 국방장관과 에너지장관, 국무장관, 상무장관 등 17개 정부 부처 대표가 참여한다.

그동안 CFIUS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의 미 기업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달 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최대 송금업체 머니그램을 인수하려 하자 안보 위협을 들어 거부했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이동통신사인 AT&T가 미국에서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는 계획도 허락하지 않았다.

반도체 분야 역시 미국 안보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2016년 중국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홀딩스는 CFIUS의 반대로 미국 데이터 저장업체 웨스턴디지털을 38억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지난해 9월엔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리지캐피털의 미국 래티스반도체 인수가 불발로 끝났다.

SCMP는 “지난해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 인수에 성공한 사례는 CFIUS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은 경우뿐”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중국 기업의 M&A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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