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중심 정책결정 의지

'패싱' '시어머니' 논란 딛고
김동연, 경제 현안 주도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매달 한 차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기로 했다. 경제 부총리의 대통령 보고는 현안이 생길 때 수시로 이뤄지지만 매달 정례화하는 건 이례적이다. 주요 이슈에 대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상의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통로가 될 것이란 점에서 경제 부총리에게 힘이 실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부총리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부터 김 부총리가 월 1회 대통령에게 비공개 정례보고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70여 분간 김 부총리로부터 경제상황을 보고받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책, 주택 보유세 인상 등을 포함해 정부가 준비 중인 부동산대책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와의 정례 회동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올해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 간 만남을 정례화한 것은 대통령이 참모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주요 정책에 대해 경제부처 수장인 김 부총리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는 의중이 포함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끊이지 않던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불식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9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에게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며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를) 믿고 맡겨달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의 ‘시어머니’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경제참모를 대하는 관료들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기재부가 정책안건을 보고해야 하는 청와대 정책라인은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을 필두로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박종규 재정기획관 등 이전 정부보다 훨씬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게다가 최근 주요 경제현안으로 떠오른 부동산과 복지정책 등은 김수현 사회수석이 관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이용섭 부위원장)와 정책기획위원회(정해구 위원장)까지 합치면 ‘시어머니’가 최소 7~8명은 된다는 얘기다. 한 관료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여러 수석실에서 중복 지시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정례회동을 두고 새해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 등 후폭풍,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혼선,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휘발성이 강한 경제현안이 계속 불거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회동이 보유세 인상과 가상화폐 규제 등 중요 결단을 내리는 경로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현안을 두고 대통령과 논의하고 결단할 수 있는 경로가 상시로 확보됐다”며 “부총리를 건너뛰고 주요 경제정책이 결정된다는 세간의 ‘패싱’ 논란이나 가상화폐 등 정책 혼선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이 각료들과 정례회동을 하는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와는 매주 월요일 오찬을 겸한 정례회동을 하고 국정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와 현안보고를 정례화하겠다는 것은 거꾸로 그만큼 김 부총리의 입지가 취약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서 어떤 형태로든 현안보고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유독 그렇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오형주/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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