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취약·연체 차주 지원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연체가산금리를 인하한다. 이에 따라 차주의 연체이자부담이 연간 5조3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오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금융권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취약·연체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들이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취약차주의 부담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이자 부담은 9조2000억원, 원리금상환부담(DSR)은 1.5%포인트 증가한다.

◆연체금리산정 체계 개편…"금융사 부담 적어"

금융위는 △연체 발생 사전 예방 △연체부담 최소화 △취약차주의 주거안정 등을 골자로 취약·연체 차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한번 연체에 빠지면 높은 연체이자 부담으로 빠른 시일내 정상생활로 복귀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연체차주의 평균연체이자 부담은 연체 1년만에 원금의 4분의 1에 육박하고, 연체 3년이 되면 원금의 절반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연체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금융권의 연체가산금리를 '약정금리+3%포인트' 수준으로 낮춘다. 신용판매 등 약정금리가 없는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약정금리 대용지표를 적용한다.

비은행권의 경우 대부업법 고시 개정을 통해 오는 4월부터 연체가산금리 인하를 시행한다. 은행권의 경우 비은행권 시기에 맞춰 자율적으로 연체가산금리를 인하한다. 이후 대부업법 시행렬 개정안을 통해 규정화할 계획이다.

모든 업권의 연체가산금리가 3%로 인하된다고 가정할 경우, 차주의 연체이자부담이 월 4400억원, 연간 5조3000억원 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연체가산금리 인하가 금융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의 이자 수익 중 연체이자 수익은 0.3%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지원방안은 그 동안 당연시되던 채권금융회사 위주의 업무 처리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가계재출 차주의 연체로 금융회사에 추가로 발생하는 부담은 3%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체 가산금리가 6~9%인 점을 감안하면 가산금리는 금융회사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기 보다는 차주의 연체행위에 대한 패널티로서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오는 4월 채무 변제순서에 대한 선택권도 부여한다. 기한이익상실 시 연체채무 변제 순서는 비용, 이자, 원금 순이다. 앞으로는 변제금액별로 차주가 본인의 선책에 따라 순서를 바꿀 수 있다.

◆연체 발생 줄이고, 차주 보호 강화

금융위는 또 연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연체 우려자를 선별하고 지원제도를 안내할 계획이다. 만기일 또는 거치기간 종료일이 2개월 이내 다가오는 차주 중 외부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하락한 차주 등이 대상이다.

또 금융당국은 실직, 폐업, 질병 등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가계대출 차주에 한해서 원금상환을 유예해준다. 은행권은 다음 달부터, 비은행권은 오는 5월부터 시행된다.

단,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 하나만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한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이 4억원 이하여야 한다. 기타대출의 경우 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분할상환대출의 경우 유예기간 동안 이자만 갚아도 된다. 일시상환대출은 만기가 연장된다. 유예기간 등은 각 대출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원금상환 유예 설명. 이미지=금융위원회 제공

다음 달부터 담보권 실행 시 차주 보호도 강화한다.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차주와 반드시 1회 이상 상담을 거쳐야 한다.

연체차주의 담보권 실행유예를 통해 차주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담보 주택을 매각할 수 없게 한다. 최장 1년 동안 채권금융회사가 한계차주의 담보주택에 대한 법원경매 신청을 유예하고, 채권매각을 금지한다. 처음에는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6개월 연ㄷ장이 가능하다. 유예기간 이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25%포인트가 더해진 수준이다.

실거래가에 근접한 담보주택의 경우 조기 매각되도록 담보주택 매매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연체 차주의 담보주택을 법원경매 등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하고, 잔여채무는 채무조정을 통해 지원한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 중 기한이익 상실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기한이익 상실 효과 발생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덕적 해이 가능성 낮아"
취약·연체 차주 지원 방안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연체차주에 대한 지원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키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제기된다"면서도 "그러나 차주의 연체정보가 전 금융회사에 공유되고 금융거래 제한 등 연체에 따른 직·간접적 불이익이 막대한 상황에서, 일부 악의적 채무자들을 제외하고 차주가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을 유인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체금리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경감하고, 금융회사가 원리금을 회수하는데 문제가 없는 담보대출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해 가혹한 추심행위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차주의 상환을 지원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앞으로 관련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취약·연체차주를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도 지속적으로 발굴·검토할 계획이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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