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논란

서울 대중교통 무료 정책 '혈세 낭비' 논란

18일까지 150억… 발생 잦은 봄철 어떡하나
산업계 "미세먼지 발생 원인부터 따져봐야
섣불리 기업부담 늘리면 산업경쟁력만 약화"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가 특수를 맞고 있다. 서울시내 한 가전매장에 진열된 제품들.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15일과 17일 시내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하면서 들인 비용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해 시민의 차량 2부제 참여를 유도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내 교통량은 1.7~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실효성은 없는데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정책이 시행돼 약 50억원이 추가 소요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의 미세먼지 개선도가 1%에도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미세먼지에서 국내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치고, 국내 요인 중에서 대중교통 영향도 대단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진단이다. ‘보여주기식 선심행정’에 불과하다는 거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총예산 249억원 불과

세금 낭비 논란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박 시장은 “1년에 1만7000여 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사망한다”며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취하는 비상저감조치를 이해하면 서울시 정책을 누구나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요금 무료 정책으로 손실되는 금액을 재난관리기금에서 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난관기리금 약 249억원이 심의 중이며, 이번주 심의 결과가 나온다. 하루 48억여원씩 5일이면 대부분 소비되는 규모다. 올 들어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요금 무료 정책은 이틀 시행됐다.

249억원이 조기 소진되면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는 1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7번 정도 발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재원은 재난관리기금에서 다시 심의해 마련하거나 추경을 통해 하면 된다”며 “서울시는 이 정책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깜깜이’ 세금 투입 논란

해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빈도는 다르지만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많은 데다 미세먼지가 가장 극심한 봄철을 앞두고 있어서다.

점점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가 작아지면서 편서풍 세기가 약해지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로 미세먼지가 유입됐다가 잘 빠지지 않으면서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 분석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비중도 기관, 전문가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55%, 국립환경과학원은 30~80%, 전문가들은 40~70% 등으로 편차가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구 모델에 따라 편차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규제강화 움직임에 산업계 우려

산업계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과 경유차 운행 금지,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적용 등 국내 규제 강화에 앞서 정확한 미세먼지 발생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미세먼지 비중도 들쑥날쑥하다. 정부는 2015년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경유차(29%)가 가장 높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배출 비중 순서가 달라진다. 공장 등 사업장(41%)이 1위고, 건설기계(17%) 발전소(14%) 순으로 경유차(11%)는 네 번째였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세먼지 원인이 다르다는 얘기다.

경유차와 미세먼지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2004~2013년 경유 소비량은 9.3% 늘었지만 같은 기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58% 줄었다. 또 2001년 31%였던 도로이동 오염원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2004년 46.2%로 올랐다가 2007년엔 23.5%로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엔 10%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김종민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기오염 물질은 동종 업종이라도 사용 연료, 적용기술 수준, 운영 관리에 따라 배출 결과가 달라진다”며 “업종별 생산 환경과 기술 수준을 면밀히 검토한 뒤 규제를 적용해야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석탄발전과 철강, 시멘트, 석유정제 사업장의 배출 허용 기준을 30% 안팎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무턱대고 먼지 총량제 등을 확대 적용하면 비용 증가로 국내 산업 경쟁력만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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