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리더에게 듣는다 (3)

“일본은 70%가 해외펀드… 한국은 30% 뿐 "

미국 등 해외운용사 지분 투자 검토
아시아선 경영권 인수도 고려

소외됐던 가치주·중소형주
대형주와 ‘키 맞추기’ 시도할 것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해외 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사장은 “KB운용 자체의 해외투자 역량을 기르는 동시에 외국 운용사와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며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자산운용사 지분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손꼽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2000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뒤 19년째 운용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KB운용을 이끌었다. 운용업계에서 “중소 운용사 중 하나였던 회사를 대형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KT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작년 초 KB운용 사장으로 복귀했다.

조 사장이 “올 한 해 해외 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해외 펀드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봐서다. 그는 “일본은 공모펀드 시장에 유입된 자금 가운데 70%가량이 해외 펀드에 가 있지만 한국은 그 규모가 30%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2%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국 주식 쏠림현상이 심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조 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해외 투자 비중 확대는 필수”라며 “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간접투자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운용의 해외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그는 “‘투트랙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해외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외국계 운용사와 리서치 정보 교류, 상품 출시 등 협력도 강화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KB운용의 중국펀드인 ‘통중국고배당’ 펀드는 KB운용이 계량분석(퀀트)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운용하지만 ‘중국본토A주’는 현지 운용사인 하베스트운용과 보세라운용에 위탁한다. 조 사장은 “자체 역량만으로 해외 펀드를 운용하면 회사의 운용 경험을 쌓는 데는 유리하지만 고객들의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며 “반면 외국계 운용사 펀드를 국내에 들여오는데 그치면 운용 역량이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접근이 쉬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직접 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고,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신흥시장에 대해선 위탁 운용 상품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운용사 인수나 지분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조 사장은 “아시아 운용사를 주로 살펴보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 중소형사는 경영권 인수, 미국 대형 운용사의 경우 협력 강화를 위한 소수 지분 인수 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자산 규모 기준 운용업계 2위인 대체투자부문은 최근 각자대표로 임명된 이현승 사장이 주축이 돼 강화한다는 게 KB운용의 계획이다. KB운용은 작년 12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이 사장을 선임했다.

올해 증시 전망과 관련해선 “유가증권시장은 10% 안팎의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사장은 “한국 증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뛰어오를 것”이라며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2년여간 소외됐던 가치주와 중소형주는 대형주와 ‘키 맞추기’를 시도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KB운용은 이런 전망에 근거해 미국 중소형주펀드, 코스닥 펀드 등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조 사장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거나,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한국 증시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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