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꿀벌 지능 AI반도체, 인간 뇌 수준으로 획기적 향상" 도전

교수 17명·연구원 100명 참여
사람 두뇌 닮은 칩 공동 연구

2022년 세계 AI시장 1000억달러
17개 핵심 원천기술 개발 목표
삼성전자가 사람의 뇌를 닮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뉴로모픽 칩 개발을 위해 서울대 KAIST 등 국내 유수 대학들과 손을 잡았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는 삼성전자의 전액 예산 지원으로 산하연구소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지난해 12월 개설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4개 대학 17명의 교수와 100명의 연구원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산학협력 프로젝트다. 저전력 시스템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센터장을 맡았다. 삼성 특유의 비밀주의를 탈피한 새로운 시도여서 더 주목받는다.

뉴로모픽 칩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17개 핵심원천기술 개발이 목표다. 뉴로모픽 칩은 인간 뇌의 작동 방식을 구현한 반도체다. 애플 인텔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미래 기술이다. 이 분야 선두주자 IBM의 뉴로모픽 칩인 트루노스의 인공신경세포는 2억6000만 개로, 꿀벌 뇌의 처리 능력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1단계로 3년간 연구비 90억원을 지원한다. 교수들이 삼성과 별개로 진행 중인 연구를 포함하면 지원 규모는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의 장기선도기술 전담조직인 삼성종합기술원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자체 연구력에만 의존하는 비밀주의로는 장기 연구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삼성전자의 연구인력은 6만 명, 연구개발(R&D)비는 연 15조원에 달하지만 1~2년 내에 당장 쓰일 기술 개발에 목매는 상황이다. 미래 기술 개발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대학 연구진과의 협력으로 이런 단점을 보완한다는 게 오픈 이노베이션 정신이다.

사람 뇌는 100억 개의 뉴런과 이를 연결하는 약 10조 개의 시냅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외부 입력정보를 뇌의 특정 부위로 전달하고, 이 과정을 스스로 학습한다. 불필요한 정보에는 시냅스가 끊어져, 스쳐지나간 사람의 얼굴을 금방 잊는 것도 뇌의 특성이다. 이는 슈퍼컴퓨터의 1억분의 1 수준의 에너지만으로 그 이상의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는 뇌의 비밀이다.
이런 뇌 구조는 대용량 이미지, 음성, 위치정보 등 비정형적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위력을 발휘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핵심 재료인 빅데이터 대부분이 바로 비정형적 데이터다. 삼성의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만 해도 완벽한 음성명령 처리를 위해선 현재의 1000배 처리속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로서 뉴로모픽 칩이 떠오르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80억달러(약 9조원)이던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2년엔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뉴로모픽 칩은 AI 시장 성장을 이끌 핵심기술이다. 애플 인텔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뉴로모픽 칩 시장 선점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작년 말 출시된 아이폰8, 아이폰Ⅹ에 뉴럴네트워크 기술을 접목한 AP A11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삼성은 서울대 등 국내 대학 외에 세계 최고 연구집단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몬트리올대, 맥길대, 토론토대 등 캐나다 대학들과는 AI 원천기술을, 하버드대, 시카고대 등 미국 연구진과는 그래핀 등 차세대 소재 관련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기업과 여러 대학이 한데 뭉친 유례 없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 뉴로모픽 칩

neuromorphic chip. 사람의 뇌 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로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기존 반도체에 비해 이미지, 소리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 처리 능력이 뛰어나며 전력 소모량은 기존 반도체 대비 1억분의 1에 불과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