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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강남을 비롯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매주 5000만~1억원까지 오르는 단지도 많다. 정부가 또다시 대책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주택 연구기관들은 예외 없이 수도권(서울 포함) 집값을 보합 또는 강보합을 예상한 터라 이들 기관의 전망이 모두 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집값이 폭등 중임에도 해당 연구기관들은 “아직 틀렸다”고 볼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연초부터 서울 폭등...전망 틀렸다?

통상 집값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은 올해 주택시장이 작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작년 말 발표한 ‘2018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0.2%)이 작년(1.48%)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0.8% 상승하고 지방은 0.5%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국적으론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겠지만 서울은 1%대 중후반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적으로 0.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보합, 지방은 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만 따로 빼내 전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부동산 전문가란 사람들이 한치 앞도 못 본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연구기관 “속단하긴 일러”

하지만 연구기관에선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폭등한다고 해서 이를 전반적인 시장 상황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 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인 만큼 2주 지난 상황에서 판단하긴 이르다는 설명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김 정책실장은 “4월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만큼 2분기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초국지적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거래가 뜸한 상태에서 일부 매물에 의해 시세가 형성되는 것으로 전체 주택시장을 판단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기관들은 또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연립 주택, 단독주택까지 포함한 전망치여서 아파트값 상승세만 보고 전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아니라 ‘지수변동률’이어서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과 차이가 있다. 연구기관이 ‘작년 집값이 얼마 올랐다’고 할 때 통상 한 해 동안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계산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은 주로 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변동률을 산출한다.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과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았느냐에 따라 작년 시세 변동률은 크게 차이 난다. KB부동산이 공식 발표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38%다. 이 수치는 2017년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109.7)와 2016년 같은 달 매매지수(104.2)의 변동률을 계산한 것이다. 전국 기준으론 작년 말 매매지수가 102.8로, 재작년(104.2)보다 1.31%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주택가격지수는 가격의 평균이 아니라 가격변동률의 평균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률을 흔히 생각하듯 평균 매매가격으로 계산하면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6147만원이다. 2016년 12월(5억9670만원) 대비 10.9% 상승한 셈이다. 전국 기준으론 작년 말 아파트 평균값이 3억3441만원으로 2016년(3억1801만원) 대비 5.1% 올라간 것으로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평균 집값의 변동률이나 시가총액 변동률은 고가 아파트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할 수 있어 가격 평균이 아니라 개별 표본 변동률에 기초해 주택가격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공인 주택가격 통계인 한국감정원도 국민은행과 비슷하게 매매가격 지수로 상승률을 집계한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69%로 조사됐다. 반면 가격지수가 아닌 평균 가격에 가격에 가중치를 둬 집계하는 방식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값은 11.4% 오른 것으로 나왔다.

한 연구기관 연구원들은 “주택시장 전망에서 실질적인 숫자보다 방향성을 읽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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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로 제각각인 상승률...왜?

지난주 나온 부동산시세 정보 제공업체들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9%, 0.57% 등으로 제각각이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은 각각 0.29% 상승한 것으로 비슷하게 분석했지만 부동산114는 0.57%라고 발표했다. 재건축 호재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양천구 아파트 상승률도 감정원(0.77%), 국민은행(0.43%), 부동산114(0.95%)로 제각각이다. 송파구의 경우는 부동산 114(1.19%), 감정원(1.1%), 국민은행(0.56%) 순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각 업체마다 조사 대상 수나 방법이 달라서다. 세 업체는 모두 각각 다른 방식과 표본을 토대로 시세를 조사한다. 정부가 설립한 국가통계 작성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주간 조사의 경우 전국 시·구·군 261곳의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7192가구 표본을 놓고 매매가격 변동률을 측정한다. 이후 해당 지역 내 발생한 실거래 가격과 비교·분석을 거친다. 국가 승인 통계 작성기관인 만큼 호가에 반영된 웃돈을 배제하는 등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KB부동산과 부동산114는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시세를 알아본다. 현장 가격을 중시하는 셈이다. KB부동산은 전국 아파트 104개 구(단독·연립 : 103개 구)에서 총 3만4495가구를 표본으로 가격을 조사한다. 부동산114도 공인중개사무소 6000여 곳으로 구성된 시세모니터단 제도를 운영한다. 공인중개사가 온라인상 조사표에 하한·상한 매매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상승률 숫자 자체보다도 시장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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