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10)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캐주얼 금융' 외친 토스
휴대폰 번호만 알면 간편송금
입소문에 1300만건 다운로드
송금액 3년만에 57배 '급성장'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부동산 투자·신용등급 조회
작년 한해 42개 신규 서비스
"1000만명이 쓰는 서비스 목표"

좋은 서비스는 좋은 인재서
미국 애플 본사서도 경력 입사
까다롭게 뽑아 업계 최고 보상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스를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는 2015년 2월 출시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이전까진 송금하려면 계좌번호 입력부터 보안카드 숫자 확인, 공인인증서 패스워드 입력까지 2~3분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토스는 이 과정을 30초 이내로 단축했다.

토스는 입소문에 힘입어 출시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300만 건을 넘어섰다. 출시 직후인 2015년 2분기 송금 건수는 23만 건, 송금액은 5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송금 건수 5400만 건, 송금액은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결제 전문 기업인 페이팔 등으로부터 4800만달러를 투자받는 등 해외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토스는 장기적으로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금융을 캐주얼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가 필요할 때 첫 번째로 찾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토스가 이뤄낸 혁신은 무엇입니까.

“혁신은 사람들이 모두 불편하다고 느끼던 분야에서 ‘와우!’란 소리가 나올 만큼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그전까지 모든 사람들이 송금에서 불편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규제 탓에 이를 풀기도 어려웠고 비즈니스 모델도 딱히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30초 송금이라는 ‘기적과 같은 경험’을 끈기 있게 만들어냈습니다.”

▷사업 진행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규제를 푸는 데 9개월이 걸렸고 은행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내놓는 데 또 7개월이 걸렸습니다. 고생한 만큼 사회에 큰 가치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일반 인터넷은행으로 계좌이체를 하려면 3분 정도 걸리는데 토스는 30초면 끝납니다.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토스를 사용해 절약한 시간을 모두 더하면 720년이나 됩니다. 사용자들에게 귀중한 시간을 벌어다주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통장 조회, 신용등급 조회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내놨습니다.

“지난해 새로 출시한 서비스가 42개입니다. 펀드 투자, 부동산 투자, QR코드 결제,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인출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내놨습니다. 특히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가 나온 뒤로는 신규 가입자의 40% 정도를 40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객층이 기존의 20~30대에서 중장년층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카드 사용 내역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보통 3~4장씩 카드를 쓰는데 전체 사용 내역을 한 번에 보기 어렵죠. 스마트폰 카메라로 카드를 찍으면 카드 거래·청구 내역을 자동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순차 적용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 월간 활성 사용자(MAU) 10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2700만 명 정도인데 지난해 성장률을 유지하면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현재 국내 개인 간 송금 건수에서 토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인데, 연말까지 10%를 넘기는 것입니다. 5대 시중은행이 각각 10~15%를 점유하고 있는데 토스가 10%를 넘기면 5대 시중은행 수준에 도달하는 셈이죠. 올해 안에 월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도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론 금융 서비스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되도록 하는 게 비전입니다.”

▷토스 이후 대기업들도 핀테크산업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핀테크 분야는 서비스만 잘 만들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분야라고 봅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금융 서비스는 마케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요. 개인적이고 은밀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친한 친구나 지인의 강한 추천이 아니면 쉽게 옮겨오지 않거든요. 좋은 서비스에 집중하면 성공의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좋은 직원이 전부입니다. 토스는 ‘최정예 군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 최고 인재를 모시고 보상도 최고 수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봉 조정을 1년에 두 차례씩 하고, 매번 최소 10% 이상을 올려 줍니다. 미국 애플 본사에서 직장을 옮긴 직원도 있습니다. 그 직원 말로는 이곳이 애플보다 덜 정치적이면서 세 배 정도는 빠르게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어떤 직원이 좋은 직원입니까.

“외적 보상보다는 내적 동기에 이끌려 일하는 사람입니다. 훌륭한 동료들에게 자극받으면서 큰 성과를 내 세상을 바꿔나가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나 보상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회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선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율과 책임의 구조로 일하는 문화입니다. 요새 젊은 세대는 유명한 회사에 가는 것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일, 보람된 일에서 가치를 느낍니다.”

▷조직 문화를 참고한 회사가 있습니까.

“넷플릭스가 비슷한 문화를 추구합니다.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지는 문화입니다. 작은 조직이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는 북유럽의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참고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이 두 곳과 저희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검증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채용 과정도 뭔가 특별할 것 같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들이 있습니다. 고객중심, 탁월함, 책임감, 상호존중, 사명감이 다섯 가지 핵심 가치관입니다. 인터뷰 때 ‘본인이 함께 일하기 어려운 동료는 어떤 사람인가’ ‘1주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레 저희가 바라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입사 후에도 3개월 수습 뒤 20~25% 정도가 탈락하니 상당히 까다롭게 채용하는 편입니다.”

▷해외 진출 계획도 갖고 있습니까.

“올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지역은 금융환경이 낙후됐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토스 같은 간편 송금 서비스의 가능성이 큰 시장입니다.”

●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 '꽃길' 버리고 '7전8기' 창업가로 변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올해 36세의 개띠(1982년생) 기업인이다. 고등학교 때 집안이 어려워져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대 치대에 들어갔다. 졸업 후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치과병원에서 근무했다.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던 중 치과의사보다 사회에 좀 더 이바지할 길이 없을까 고민했다. 2011년 4월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웠다.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이 ‘공화국 만세’라고 외치던 구호다. 그는 “인류 사회를 진보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혁신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라고 창업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쉽지 않았다. 맨 처음 개발한 모바일 SNS(울라불라)와 인터넷 투표 앱(다보트)은 시장 수요가 있었지만, 다른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1년여 만에 포기했다. 고심 끝에 ‘고스트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오도록 했다. 사흘에 한 번 관찰 내용과 아이디어를 놓고 회의하는 것만 반복했다. 이렇게 3개월 동안 100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된 것은 8개였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가 8개 중 마지막이었다.
그가 이 서비스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을 때 모두가 말렸다고 한다. 송금 서비스를 위해 은행과 제휴하는 것도,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를 푸는 것도 스타트업이 하기엔 불가능한 영역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불편에 초점을 맞추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송금 절차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면 사람들이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규제의 벽을 넘었다. 자동이체를 신청한 기부금이 별도의 절차 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자동 요금납부를 위해 개발된 은행의 자동출금(CMS) 기능을 이용하면 공인인증서는 물론 저장된 카드번호 없이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서울대 치의학과 졸업 △2008년 삼성의료원 전공의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 창업 △2014년 청년기업인상 중소기업청장 표창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 출시 △2016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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