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 '글로벌 확산'
세계 각국, 규제 달라도 자금세탁 우려엔 한목소리

미국 재무 "G20과 공조할 것"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재무장관들
테러 등 '검은돈' 악용 잇단 경고
4월 G20서 대응방안 논의 추진

가상화폐 규제에도 시장은 커져
각국 전면적인 거래금지보단
현실 가능한 규제 쪽으로 가닥
한국도 글로벌 공조에 합류할 듯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 거래금지, 과세 등의 규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자금세탁과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 이어 미국 재무장관도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가상화폐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주요국이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위험을 제기한 만큼 오는 4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주요 의제로 발의되거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활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한국도 이 같은 국제공조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돈세탁 규제 G20에서 논의될 듯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미 재계 인사 모임인 ‘워싱턴 경제클럽’에 연설자로 나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익명 계좌로 사용되는 ‘디지털판’ 스위스은행이 되지 않도록 G20과 함께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쁜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나쁜 일에 사용할 수 없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현행법상 자금세탁 등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은행은 비트코인 소유자의 정보를 확보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추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G20 국가들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므누신 장관의 설명이다.

앞서 유럽 재무장관들도 가상화폐 규제를 4월 G20 회의에서 논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17일 현지방송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돈세탁, 마약밀매, 테러리즘의 활동을 숨길 수 있다”며 4월 열리는 G20 회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규제 방안 논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독일 재무부는 “가상화폐의 투기 위험을 국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G20 회의가 좋은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도 르메르 장관의 제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같은 규제 목소리는 지난달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로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촉발됐다. 가상화폐가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진입한 데다 코닥 등 대기업까지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상화폐 관련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전면적인 거래금지 같은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가장 급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과세당국 기민한 대응

각국 과세당국은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 의원과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달 15일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수정해 가상화폐 보유 및 보관, 송금을 책임지는 기업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고객 신분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해야 한다.

호주 국세청(ATO)은 가상화폐에 과세하기 위해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추적, 조사 업무를 지원할 실무작업반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불법 부동산 거래나 자금세탁 등을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다.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 등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화폐 개발 및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규제 논의 필요성을 촉발했다. 특히 러시아가 국제적인 경제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므누신 장관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걱정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 돈세탁 여부 검사 중
한국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청와대 등 사이에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은 막겠다’는 명제를 내세우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여부 등 관련 규제의 강도와 범위에 대해선 부처 간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명확한 범죄 행위는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은 농협, 기업, 신한, 국민, 우리, 산업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또 실명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관련 검사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가상화폐 거래는 익명성과 비대면성으로 인해 범죄·불법 자금 은닉 등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란/박신영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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