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사진)는 2015년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1782~1840)의 고향 제노바에서 1956년 시작된 콩쿠르는 기돈 크레머, 이사벨 파우스트, 레오디나스 카바코스 등의 우승자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콩쿠르는 1위의 영예를 쉽게 선사하지 않는다. 양인모는 2006년 이후 9년 만에 나온 우승자였다.

그는 콩쿠르 우승 직후 2016년 1월 금호아트홀에서 국내 첫 독주회를 열었다. 모차르트·베토벤 등을 연주한 이 무대를 통해 탄탄한 기본기와 연주의 멋을 두루 갖춘 청년이란 소문이 미풍처럼 번졌다. 지난해 휴 울프의 객원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무대는 미풍을 열풍으로 바꿔 놓았다.

올해는 양인모를 만날 기회가 많다.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다섯 차례의 연주 무대가 마련돼서다. 지난 11일 ‘2018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라는 타이틀로 열린 양인모의 리사이틀은 그 출발점이었다. 19세기 작곡가 그리그와 20세기 힌데미트, 이자이의 작품을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함께 선보였다.

첫 곡인 힌데미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상쾌한 질주감이 돋보인 연주였다. 친근히 다가오는 선율과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이 뒤섞인 곡을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근하게 연주했다.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2번을 연주하기 전에 양인모는 마이크를 직접 잡고 관객들에게 곡 해설을 들려줬다. 곡을 헌정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연습 전마다 바흐의 곡을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이자이가 듣고 바흐의 곡을 첫 부분에 인용해 ‘강박’이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했다. 이자이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이 곡엔 기교로 만든 덫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는 역경을 넘는 표정과 제스처로 연주에 임하지만, 양인모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4악장까지 완주했다.
낯선 현대음악이라도 연주자를 통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그만의 강점이 돋보였다. 이어진 그리그의 소나타 2번도 낙천적인 분위기와 순수한 서정미로 일관했다.

2부는 힌데미트의 무반주 소나타로 열었다. 한 번에 두 현을 긋는 ‘더블 스톱’, 극한의 고음역,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는 ‘피치카토’ 등 기교의 지대를 돌파한 그는 모차르트의 ‘오렴, 사랑스러운 5월아’를 패러디한 4악장으로 평온하게 마무리했다. 기교와 감성, 기술성과 서정성을 모두 다 잡은 연주였다. 이자이의 ‘슬픈 시’와 카프리스 연주에서는 차가운 현대음악을 녹이던 이 청년의 순수한 서정성이 진하게 흘러나왔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양인모가 올해 펼쳐낼 네 번의 상주공연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여준 무대였다.

송현민 < 음악칼럼니스트 bstsong@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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