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풀어낸 2017 미술경매시장

김환기 '고요' 65억5천만원 최고가
작가별 낙찰액도 253억으로 1위

낙찰률은 김흥수가 90.3% 최고
애호가들 1890억원대 '베팅'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휴업’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각종 미술품 위작 논란 등 잇단 악재에도 활황을 누렸다. 낙찰총액은 1892억원으로, 미술시장 최고 활황기로 꼽힌 2007년(1926억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경매 거래 물량도 1만8000점을 훌쩍 넘겼다. 한국 미술시장을 대표하는 김환기와 정상화 이우환 박서보 등 단색화의 독주는 여전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12개 미술품 경매회사의 지난해 출품작을 분석해 14일 발표한 ‘2017 경매시장 결산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경매시장의 기록적인 숫자들을 정리했다.

◆1만8623점 지난해 12개 경매업체가 100여 차례 실시한 경매(온라인 포함)에서 출품작 2만8512점 중 1만8623점이 팔렸다. 낙찰 작품 수는 사상 최고치다. 서울옥션이 처음 경매를 시작한 1998년(36점)에 비하면 517배, 미술 경기가 좋았던 2007년(3739점)보다는 5배 급증했다.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작품도 23점이나 탄생했다. 다만 낙찰률은 65.3%로, 전년(69%)보다 3.7%포인트 떨어졌다.

김 이사장은 “미술 경기 침체에도 거래 작품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중저가 미술품을 구입하는 젊은 애호가들이 늘면서 온라인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옥션은 지난해 50여 차례의 온라인 행사를 통해 전년보다 약 61% 증가한 123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도 1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892억원 지난해 미술 경매시장에 공개적으로 유입된 자금은 1892억원으로 공식 집계됐다.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950억원)과 K옥션(739억원)이 전체 낙찰총액의 89%를 차지했다.

두 회사 점유율은 2016년(92%)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국내 경매시장의 독과점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이아트옥션(55억원), 아이옥션(42억원) 등 군소 경매회사들은 고미술품과 중저가 미술품 위주의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 조정이 단기에 끝날 경우 올해 경매시장에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53억9700만원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김환기 작품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 등 경매회사들은 김 화백 작품 125점을 팔아 253억9700만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국민화가 박수근(21억9000만원)보다 11배 이상 많다. 일본 팝아티스트 구사마 야요이 작품도 125점(160억원)이 팔렸다. 추상화가 이우환(136억원), 단색화가 정상화(58억원)·박서보(53억원), 천경자(52억원)의 작품 거래도 활기를 이어갔다.

◆65억5000만원 김환기의 1950년대 후반 작품 점화 ‘고요 5-IV-73 #310’은 작년 4월 K옥션 경매에서 65억50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고요’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뉴욕 시대’에 그려진 작품이다. 김환기 작품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가격대가 높아졌다. 반추상화 ‘모닝스타’(38억9500만원), 점화 ‘18-Ⅱ-72 #221’(21억6700만원)과 ‘4-Ⅵ-74 #334’(20억8190만원) 등이 20억원대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90.3% 낙찰률은 김흥수 작품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경매에 출품된 작품 31점 가운데 28점이 팔려 90.3%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구사마 야요이(90.2%), 무라카미 다카시(87%), 이대원(85%), 김창열·이강소(83%), 오치균(80%) 등도 높은 낙찰률을 보이며 인기를 과시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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