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 10여일 지났는데…

정류소와 횡단보도 거리 멀어
자동차 쌩쌩 도로 한복판 건너기도
바닥엔 구멍…보수 공사도 지연

"선거 의식 서두른 것 아니냐" 불만

“발빠짐 주의. 보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1월14일까지 완료하겠습니다.”

12일 찾은 서울 종로5가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정류소 바닥에는 논두렁처럼 약 10㎝ 깊이의 구멍이 펜스 아래쪽으로 10여m가량 이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데 마감 덮개를 씌우는 작업은 며칠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10일까지’로 인쇄돼 있던 안내문의 공사 완료 시점도 ‘14일’로 수정돼 있다.

지난달 31일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 교차로 2.8㎞ 구간)가 개통됐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버스정류소는 공사 중이다. 충분한 준비 작업 없이 개통을 서두르면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종로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김태호 씨(29)는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에 밀려 발이 빠지면서 발목이 접질릴 뻔한 적이 있다”며 “버스정류소가 아니라 공사판에서 버스를 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비가 덜 된 곳은 정류소 바닥에 뚫린 구멍뿐이 아니다. 종로4가 버스정류소는 횡단보도와 10m가량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버스에서 내린 시민들은 횡단보도까지 가기 위해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복판을 지나가야 한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사라졌어야 할 기존 가로변 정류소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가로변 정류소의 버스 안내판이나 의자는 치워졌지만 버스 운행 정보를 알리는 버스정보시스템은 그대로 설치돼 있다. 멀리서 운행정보판을 보고 정류소 가까이 온 시민들은 ‘현 정류소 폐지’라는 입간판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후가 되면 버스정류소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11일 오후 종로1가 버스정류소 바닥과 의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수십 개가 있었다. 지난달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운행기준에 관한 조례’가 개정되면서 이달 4일부터 버스에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컵을 들고 타지 못하게 된 탓도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다가 버스를 타면서 그냥 정류소에 버리고 간 것들이다. 중앙버스정류소에는 모두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골격만 있고 봉투는 설치돼 있지 않아서다.

서울시는 횡단보도와 중앙버스정류소를 연결하고 기존 가로변 버스정보시스템을 제거하는 작업도 날이 풀리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조급하게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개통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당초 공사를 작년 12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수능 연기, 한파 등으로 공사가 늦어졌다”며 “시민들이 불편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